"고로쇳물 한 사발 드셔봐유, 많이 마시고 많이 싸면 몸이 아주 좋아져유."

충청도의 후한 인심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충남 청양군 대치리 장곡리의 황인동 이장과 농사꾼들이 미소를 섞은 구수한 사투리로 고로쇠 수액 한 잔을 권했다.

방금 고로쇠나무를 통해 나온 물이라서 마치 얼음을 깨고 퍼 온 것처럼 시원하고 어렸을 적 마시던 설탕물같이 달짝지근해 고로쇠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골리수(骨利樹·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라는 한자 이름을?가진 고로쇠나무.

장곡리 농가들이 칠갑산에서 자라고 있는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느라 막바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약 15년 전부터 이곳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해 온 이 곳 20여 농가들은 매년 2~3월이면 어김없이 고로쇠 물을 구하기 위해 산에 오른다.

또 매년 고로쇠 물 채취 전날 고사를 지내 산신령에게 고로쇠 수액 채취 허락과 함께 수액을 많이 채취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리는 정성도 잊지 않는다.이들이 모두 700여 그루에서 50살 정도 나이를 먹은 나무는 10ℓ, 30여년 된 나무는 5ℓ 정도의 수액을 뽑아 모두 5000여ℓ의 수액을 채취한다.

이와 함께 채취가 끝나면 채취를 위해 나무 줄기에 뚫은 1㎝ 정도의 구멍을 아물게 하는 약을 발라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해에도 수액을 채취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고로쇠나무가 매년 농번기에 농가 수입에 도움을 주는 고마움 때문이다.

고로쇠나무 수액에는 당류와 칼슘, 칼륨, 망간, 마그네슘 등이 들어 있어 남녀노소없이 즐겨 마시기에 알맞다.

칼슘은 골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로 칼륨은 혈압을 조절해 혈압질환을 예방하며, 망간은 성장 골격 구조를 만들어 주고, 마그네슘은 신경계통을 정상으로 유지시킨다.

또 10여종의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으며 미네랄은 일반 지하 천연수보다 약 40배, 마그네슘은 약 27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미네랄 성분이 이온화돼 있어 몸에 흡수가 빠른 것도 특징으로 민간요법에서는 고로쇠 약수가 위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신경통, 관절염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변질이 빨라 10일 이상의 장기간 보관엔 어려움이 있다.

고로쇠는 해발 500∼1000m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과 활엽수로 우리 나라, 일본, 만주 등에 분포하는 나무다.

국내에서는 충남지역 명산 중 하나인 칠갑산 일대를 비롯해 지리산, 백운산, 조계산, 입암산 및 강원도 일대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해발 100∼1800m 사이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높이 20m까지 자라며 4∼5월에 연한 황록색 꽃을 피워 9∼10월에 결실을 맺으며, 목재는 치밀하고 단단해 잘 갈라지지 않는다.

고로쇠 약수는 나무가 밤새 흡수했던 물을, 낮에 날이 풀리면서 흘려내는 것을 뽑아낸 것으로 봄이 되면 어김없이 수액이 나오는데 우수, 곡우를 전후해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수액이 많이 나온다.

특히 밤 기온이 영하 3∼4도, 낮 기온이 영상 10도 정도로 일교차가 15도 정도일 때 가장 많이 채취할 수 있지만 비나 눈이 오거나 강풍이 불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수액의 양도 적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장곡리 농가들은 고로쇠 수액 10ℓ를 3만원에 판매하며, 문의는 황인동 장곡리 이장(011-9839-6650, 041-943-6652)에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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