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 충북도의회 의원

어느덧 9월의 백로(白露)가 멀어지고 완연한 10월의 가을로 넘어 왔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고 설레임으로 기다려 왔던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가을이면 풍요로운 들녘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라 마냥 들녘을 배회하고 싶다. 문득 귀갓길에 저녁노을에 비춰지는 누런 들판을 보고 있노라면 그 넉넉함과 풍성함이 장관을 이뤄 황금물결의 감동 속에 평화로움을 만끽하게 한다.

그럴 때면 필자는 늘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내 마음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국가, 우리 가족을 살찌우게 하는 풍성한 들녘'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평소 벼이삭들을 갓 낳은 아이의 미소보다도 더 소중히 생각해 왔다. 그것은 아마도 농민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농심(農心) 그리고 생육을 위하여 아낌없이 주었으며 밤낮을 가릴 것 없이 애지중지 키어온 정성의 결정(結晶)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농심은 곧 나의 삶의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생명인 것이다. 또한 농심 앞에 놓여진 이 소중한 결정들 앞에서는 농민 스스로 경건해질 뿐만 아니라 생명 소생의 땅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일 먼저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곡식을 바치고 먹이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요즈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힘들어져만 간다. 수입 농산물들이 그 위용을 세우고 있어 우리네 밥상에서 우리농산물이 천시받고 내버려지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의 손으로 길러진 농산물이 갈 곳 없이 매장되고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년내내 땀 흘려 생산한 쌀들과 고추, 마늘, 배추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신세라니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온다.

농업의 경시 풍조와 지속된 패배감 속에 이젠 우리 농산물을 경작해봐야 소용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로 단정하기엔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를 천업으로 생각하고 삶의 자체로 알고 살아온 농민들이기에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칠 수는 없는 것이 바로 농사 인 것이다. 그렇기에 농민들은 마지막까지도 농업을 위해 소생의 길을 찾아 노력해 가고 있다. 과다한 비용이 들지라도 농산품의 브랜드화에 노력하고, 특용작물의 적극적인 발굴 재배, 우수 종자 확보 등이 그러한 노력의 일면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농민들의 절박한 삶을 이해하고 농심에 의하여 얻어진 노력의 결실에 대하여 경외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수입농산물이 우리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살찌어진 농심 속에 매년 풍년 농사를 기원하고 이 땅 소생력에 감사할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축복에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한마음으로 결실의 계절 가을을 한껏 기뻐하자. 그리고 잘 영글고 토실토실한 농심을 생각하면서 농민들의 피와 땀의 소산물들인 우리 농산물을 값지게 먹어주자. 그리고 농민들을 만나면 감사의 인사를 나눌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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