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완석 대전연극협회장

한국의 학교 교육현장은 생활교육과 입시교육이 서로 병행하고 있다. 저학년 일수록 생활교육이 강조되고 고학년에 임박할수록 입시교육이 강조된다. 그래서 그런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어른을 마주하면 두손을 모아 배에다 대고 가벼운 목례를 하며 정중한 인사를 하는 반면에 고등학교 학생들 경우는 눈으로 서로 본 것만으로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박박 우겨댄다. 참으로 인성교육이 절대 필요한 시대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참교육을 주장하는 단체나 현장학습을 강조하는 단체나 모두 대입시제도에 있어서는 종속적이다. 대학에서는 생활교육의 실리성을 내세워 사고력 증진과 표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논술이나 구술이라는 제도를 활용하고자 하면 그것 자체가 입시 교육화해 입시과목으로 둔갑하거나 입시관리 프로그램이 돼버린다.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따라서 한 가지 방법적인 대안책을 제시해 본다면 연극교육을 도입해보자는 것이다. 연극교육은 창의성 개발, 표현능력 향상, 자기발견과 상대적 가치인정의 성과가 있다. 그리고 분석능력이 강화되고 언어 표현 능력이 향상되며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성과 인간성 회복이라는 총체적인 교육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이미 선진국가에선 오래 전부터 연극이라는 과목이 언어·역사·사회·수학과 같이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엔 교육부 내에 전미예술교육협회(NAEA)를 두고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예술교육의 통일적 지침서를 마련하여 학생들이 알아야할 예술교육의 내용(What every Young American should know and be able to do in arts)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과정 속에 자기발견과 표현력 개발, 예술로서의 연극작업 체험, 연극의 이해, 예술적 가치형성 등의 내용으로 구체적 학습목표를 기술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의 표현력과 상상력, 창의적인 활동은 최상의 수준으로 일반화 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1990년도부터 연극이 정규교과 과목으로 채택되어 5∼10학년까지의 기본단계(초등5년∼고1년 과정)와 11∼13학년까지의 상급단계(고2년∼대학1년 과정)에서 모두 문학과정(Literaturkurse)을 통해 본격적인 연극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에선 교육체계가 우리나라와 달리 초·중·고등 과정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고 '슈꼴라'라는 이름으로 11년의 교육과정이 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이 '슈꼴라'에서 연기교육이 11년간 필수적인데 주로 연기를 중심으로 하여 잘 말하기, 잘 듣기, 잘 보기, 잘 걷기, 잘 움직이기 등 인간의 기초동작을 본성으로 익히고 인성교육의 일환으로서 재능개발과 창의력 개발을 강화하여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연극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립적인 교과로서만이 아닌 가장 가치 있는 인성교육과 생활교육의 일환으로서 의무화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연극은 놀이요, 학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연극 교육은 저학년에서만 생활교육 차원으로 약간 적용할 뿐 고학년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금기시 한다. 입시위주의 학력 증진에 역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교육의 중요함을 인지하면서도 교육의 정도(正道)를 비켜가고 있는 현실이다. 풍요로운 내일의 웰빙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어린 학생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생활교육을 강화하고 특히 예술이라는 과목 교육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할 것이다.

장차 우리 청소년들이 대전의 주역이 될 즈음에 정말 예술의 가치와 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수준 높은 웰빙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극교육을 통한 시민문화의식 창출을 의무교육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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