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충남지방경찰청장

일본 사람들은 뛰어난 조어(造語)를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는 느낌이다. 뜻을 전하기 편하게 말을 잘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또 일본인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여진다.

1990년대 중반에 미감유창(美感遊創)이 유행했다. 일본의 전후 산업화는 중후장대(重厚長大)에서 출발해 경박단소(輕薄短小)를 거쳐 미감유창의 시대가 됐다는 얘기였다. 경공업에 이어 중화학공업에 눈떴다. 철강, 조선처럼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제품들을 만들어 팔았다. 그 후 소니의 워크맨 같은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상품들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다가 미감유창으로 옮겨졌다. 아름답고 감성적이고 유희적 재미가 있고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미감유창마저도 새 천년을 전후로 밀려났다. 인본화편(人本和便)이 자리잡았다. 사람을 중시하고 기본에 충실하고 화합을 지향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변천을 생각할 때마다 시대를 정확히도 잘 짚어낸다는 무서움도 금할 수가 없다. 요즈음 인재(人材)가 새삼스럽게 회자돼서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품질관리가 경영의 초점이었다. 불량률을 줄이는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중요시했다. 그 이후 구조조정이 핵심이었다. 오늘날에는 사람의 중요성, 인재 양성을 강조한다.

품질관리든 구조조정이든 그 중심은 사람이다. 품질은 사람이 좌우한다. 구조조정도 사람을 재배치하고 이동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빼고 나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비단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렇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찰은 노동집약적 분야이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을 지령하는 일을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모두 해낼 수는 없다. 순찰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사건사고의 조사와 수사는 경찰관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경찰도 그래서 인재가 관건이다.

관리자의 관심은 필요한 자질을 구비한 사람이 필요한 수만큼 필요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인력관리의 기준과 원칙을 정해 미리 공개한다. 이 룰에 따라 몇 사람이 모여 심의해 선발한다. 결정된 내용은 그 과정과 더불어 공개해 사후검증을 받는다.

투명성이 확보되는 인사 시스템이 된다. 청탁과 압력과 정실이 개입할 여지가 최소화된다. 함께 참여함으로써 공감과 납득이 가능한, 그리고 사(私)가 끼지 않는 인사운영이 된다.

나아가 필요한 자질을 지닌 리더형 전문가의 육성도 긴요하다. 한 사람의 구령에 따라 노를 젖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자가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결정하고 대처해 팀 전체로서의 효율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1일 8시간 3교대 근무가 가능한 인력의 확충 속에서 인재 예약, 채용, 교육 후 보직과 승진, 포상과 복지, 퇴직 후까지를 포괄하는 생애관리형 맞춤형 인사관리가 긴요한 시대가 됐다. 그 실천이념은 행정의 주인인 주민에 대한 친절과 존경을 중심에 놓아 안전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믿음직하고 사랑받는 경찰이 될 것이다. 지혜를 모아 우리 동네 우리 경찰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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