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시'와 '아담아 너 어디에'

'한 권의 책 속에서 향기로운 봄 내음을 맡는다.'

학생들의 가벼운 발걸음에서, 가지마다 생기가 도는 마을 어귀의 고목에서, 두꺼운 옷을 벗어버린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에서 따사로운 봄의 기운이 문턱을 넘어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학 새내기의 팔짱에 끼워진 책이 왠지 두꺼운 전문서적이기보다는 사랑이 묻어나는 한 권의 시집일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책들이 나왔다.


▲시집 '오늘의 좋은시'

대전대 박명용, 협성대 최문자, 광주대 이은봉, 중앙대 이승하씨 등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지도하고 있는 현직 교수 4명이 뽑은 108편의 시를 엮은 '2003 오늘의 좋은 시'(푸른사상)가 출간됐다.

최근 '시의 위기'를 운운하며 시단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연중 발표되고 있는 작품의 양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 성숙된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비평가들의 평이다.

'오늘의 좋은 시'는 이러한 시(詩)의 양적 팽창 속에 주옥같은 작품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책이다.

미처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양의 시 중 좋은 시만 엄선해 만든 이 책에는 임강빈의 '가을 포옹', 양문규의 '대숲 속으로', 문덕수의 '의문' 등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는 물론 신경림의 '낙타', 신현림의 '우울한 축제', 이시영의 '성장' 등 아름다운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전문지를 비롯해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이른바 '좋은 시'만을 선별해 만든 이 책은 단순히 시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각 시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함께 싣고 있어 일반 사람들은 물론 시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선정위원 박명용 교수는 "국내에서 간행되는 월간지와 계간지 등 모든 문예지에 실린 작품들을 빈틈없이 살펴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시가 있을 수도 있다"며 "해를 거듭하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해 좀더 좋은 시를 선정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필집 '아담아 너 어디에'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도일보, 충청일보 등에서 사회부 기자로 활동한 후 현재는 연합뉴스 충청취재본부 본부장을 지내고 있는 이용웅씨도 산문집 '아담아 너 어디에'(문경 출판사)를 출간했다.

'아담아 너 어디에'는 제1부 고요한 밤에, 2부 죽음의 문턱, 3부 발길이 머무른 곳 등 총 3부로 나눠 꾸며졌다.

1부 '고요한 밤에'에는 암울했던 시대상황 속에서 이웃의 고통과 희망을 함께 하고자 했던 지난날의 잊지 못할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2부 '죽음의 문턱'은 저자가 대학시절 가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매며 겪은 체험을 떠올리며 쓴 수기로 누구에게나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통해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반성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88올림픽이 끝난 후 유럽 나들이를 기행문으로 엮은 3부 '발길이 머무른 곳'은 유럽의 선진 문화를 보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의 문화에 대해 떠올린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100여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 책에는 저자가 언제 있었던 이야기인가를 사실감 있게 나타내기 위해 연, 월을 표기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시대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는 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편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 놓고 있고, 그 재미 속에 우리가 한번 더 생각해야 할 일들을 꼼꼼히 수록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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