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형 북부본부 취재부장

행정과 정치의 목적은 국민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행정가들은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를 해결해 주고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상과 신념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정당을 결성한 후 정권획득을 목표로 활동한다.

행정가와 정치인 모두 국민의 안전과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정치인, 즉 정치집단인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에 있다.

집권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당, 즉 정치인은 살아 숨쉬는 유기체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근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분권형 정당'을 꿈꾸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부적절하다.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정치(가)와 행정(가)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를 구분해 얻어지는 실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2년 지방선거에서 충남 유권자들은 '자연인 심대평'을 '심대평 충남지사'로 탄생시킨 것이지, 이를 바탕으로 정당을 만들어 정권을 획득해 보라고 표를 던진 것은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어 정당을 만들고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활동할 수 있지만 심 지사는 지난 95년, 98년, 2002년 실시된 지방선거의 공약과 당선 후 취임사를 통해 '4천만이 살고 싶은 충남건설'을 위해 충남도민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밝혔다.

충남도민들은 심 지사의 이 같은 의지를 믿고 3차례나 도백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더 큰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당을 만들어 정권을 창출하고 싶다면 도 지사직에서 물러나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심 지사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도백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로 심야에 활동하거나 피치 못할 경우 휴가를 얻어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충남도민은 물론 (집권을 염두에 둔)심대평 도지사 개인에게도 불합리한 일이다.

"우리의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으며, 우리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속절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직면한 경제위기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심 지사가 1998년 7월 1일 33대 충남도지사로 취임하면서 밝힌 내용으로 그 당시 어려운 경제여건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의 극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지지만 결과는 미흡하다.

그 후 4년이 지난 2002년 7월 2일 심 지사는 34대 도백으로 취임하면서 '중앙 중심적 사고'가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크게 했다며 "저는 중앙에 의존하거나 좌우되지 않고 지방정부가 제몫을 다할 수 있는 제도와 방법, 그리고 인식의 체계를 바꾸어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 지사는 95년 7월 민선1기 도백으로 취임하면서 "행정관청은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보람의 일터가 될 것"이라며 "위를 보던 공직자들은 이제 도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심 지사는 취임사에서 언급한 도민과의 약속을 조속하고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신당 창당을 결심했는지 모르지만 최근 전국공무원노조 충남지역본부가 발표한 성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충남도 행정의 수장이 정치에 나서니까 공무원들이 내부적으로 패가 나뉘는 등 동요하고 있다. 심 지사는 공약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지을 시기에 정치적 욕심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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