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 심리에 편승한 물건 사재기는 건전한 유통질서를 무너뜨리는 비도덕적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건 사재기는 물가 인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불안으로 이어진다. 사재기가 고개를 들기 전에 싹부터 잘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재기를 일삼는 유통업자들은 물건값이 인상될 조짐만 보이면 작업에 들어가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사재기 업자들이 행동을 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추장, 된장, 식용유 등 생활 필수품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창고에 쌓아 놓고 있다니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의 사재기는 주로 도·소매업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유통업자만 살찌울 뿐이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력을 바탕으로 창고를 채워가고 있다. 심지어 대금을 선납하고 물건을 공급받을 정도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할인점들까지 사재기에 가세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대형 할인점들이야말로 유통질서를 선도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생필품들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동요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재기로 인한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을 가져오게 돼 있다. 업자들도 이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물가 인상에 따른 부담분을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잖아도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재기는 우리의 유통구조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담배, 소주, 라면값이 인상될 때마다 한 차례씩 홍역을 치르지 않았던가.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제수용품의 폭등은 무얼 말하는가. 정부와 제조업체들이 수급조절만 제대로 한다면, 투명한 유통 시스템만 갖춘다면 사재기는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 유통구조를 왜곡시키면서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악덕상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서둘러 예방행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아직 소비자들에 의한 사재기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재기 조짐이 보이는 물건은 중점 관리 품목으로 정해 출하 단계부터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 봄직하다. 세무, 위생,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단속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사재기를 일삼는 할인매장에 대해서는 불매운동 등 극약처방을 써서라도 불공정 거래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유통질서가 문란하지 않도록 사재기 업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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