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모두들 당을 위해 죽는 것은 몸을 아끼는 것보다 더하고, 몸을 아끼는 것은 나라를 근심하는 것 보다 더하여... 나랏일에 이르러서는 마치 월(越)나라 사람이 진(秦)나라 사람의 여윈 것을 보는 것처럼 하면서 예사롭게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나라가 망한 뒤에는 어느 곳에서 당을 위해 죽을 것이며 어느 곳에서 몸을 아끼게 되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뼈에 사무치고 마음이 아픔을 깨닫지 못하겠습니다. 전하(英祖임금)께서도 마땅히 반성하셔서 이런 때에 스스로 힘써 경비는 수입을 헤아려 지출하고… 후회하여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게 하소서."

이 글은 1733년 1월 27일 암행어사로 이름을 떨친 박문수(朴文秀)가 조정 대신들이 민생과 국가 경제를 외면하고 당파싸움만 벌이자 영조임금에게 올린 상소문 일부다.

지금 행정구역으로는 우리지역 대전시 유성구 학하리에서 출생한 박문수는 백성들이 도처에서 굶어 죽는 사태에 이와 같은 상소를 올려 '소금을 구워 흉년을 구제하자'며 구체적인 민생 구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임금도 오늘의 사태에 반성하라고 감히 요구한 것을 보면 죽기를 각오한 직언으로 정말 그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 박문수가 지금 살아 전국을 암행한다면 불황에 시달리는 민생경제를 보고 어떤 상소문이 나올까?

특히 그의 고향 유성을 돌아 본다면 '죽어가는 유성특구'에 혀를 찰 것이다. 정말 지금 유성관광특구가 말이 아니다. 불경기로 지난해 700여 식당 중 100여개가 문을 닫았다.

거기에다 리베라 호텔의 장기적인 폐업은 유성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유성구 의회가 한남대 통계연구소에 의뢰 조사한 것을 보면 리베라 호텔의 폐업으로 호텔 반경 500미터내 218개 업소가 2천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종업원 563명이 떠났다.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업소가 33.2%나 되며 40.3%가 타지로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리베라 호텔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유성구청과 유성구 의회, 시민대책위가 '정부가 나서 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힘이 미치질 못하니 참으로 답답한 현상이다.

지난 주 추석으로 귀향했던 국회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한 '추석민심'은 '먹고 살기 힘드니 경제를 살려라"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쉴새없이 꺼내드는 '연정'에 대해서도 '소연정'이든 '대연정'이든 아예 꺼내지도 말라 했고 정치인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에 가슴 졸였다는 국회의원들도 있었다.

이것이 민심이다.

임진왜란 때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끝까지 충무공 이순신을 후원했던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은 그의 명저 '징비록(懲毖錄)을 끝내고 다음과 같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나라가 유지되는 것은 인심 뿐이다(國家之所維持而己)"

추석민심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정치인 대전시나 정부, 모두 팔걷고 나서 유성 관광특구를 살려야 한다.

이런 것 하나 해결 못하면서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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