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스마일병원장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심한 요즘 날씨에 증상이 같은 환자 몇 명이 내원했다.

환자 중 한 명은 19세 여학생으로 입을 손으로 가리고 얼굴이 이상하다고 호소했다. 환자는 입이 돌아가고 눈이 잘 감기지 않으며 이마의 주름을 지을 수 없고 휘파람을 불 수 없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아침 찬바람에 운동을 많이 했다고 한다.
환자는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의 입 돌아간 모양이 영락없이 자기와 똑같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와 같이 눈이 감기지 않고 입이 돌아가는 질환을 안면 신경마비라고 하는데 얼굴 주름이 잡히지 않는 것을 말초성, 얼굴의 주름이 잡히는 것은 중추성이라 한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증세, 원인을 가진 서로 다른 질환이다.

중추성은 뇌졸중의 한 증상으로 안면 마비가 되는 것으로 반드시 뇌의 다른 증상을 가지고 있다. 말초성은 다른 증상 없이 안면부만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말초성의 안면 신경마비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졸중에 의한 안면 신경마비와는 전혀 다르다. 말초성 안면 신경마비의 대다수는 잘 나을 뿐 아니라 고정된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상태로 호전이 될 수 있는 병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다듬잇돌을 베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 이야기를 흔히 들었다. 이는 말초성 안면 신경마비로 차가운 돌을 베고 잠을 자므로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 저하로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에 침입해 신경 종창 등의 변화에 의해 오는 증상이다.

이와 같은 말초성 안면 신경마비는 뇌졸중과는 다른 좋은 결과를 얻는 질환으로 면역이 떨어져 바이러스 침입에 의해 발생되는 질환이다.

우리 선현들은 말초성 안면 신경마비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경험상으로 차가운 다듬잇돌 위에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선현들이 몸으로 체득한 경험은 과학적 논리를 떠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중한 가르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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