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이전부터 링컨과 곧잘 비교되곤 했다. 그의 성장과정이나 정치적 이력 등에서 많은 공통점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링컨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국가통합이라는 화두를 필생의 업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천명하며 이끈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미국인들에게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통합론은 어떠한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는 솔직히 낙관적이지 않다. 요즈음 대연정 제의나 8·15 경축사를 통해 밝힌 국가권력 남용 인권침해 범죄의 민·형사 시효 배제 제안 등은 실제로 노 대통령의 의도든 아니든 간에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고, 특히 과거사 극복의지를 밝히며 내놓은 국가권력 남용에 대한 시효 배제 제안은 법률적 위헌여부와 법적안정성 등과 맞물려 연일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 이면에 노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국가와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물론 노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궁극적으로 국가통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그 대의를 이루기 위해 대통령 자신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느냐 하는 점이다. 국가를 개혁과 보수로, 철저한 이분법으로 나누어 오히려 그 수많은 세월동안 어렵게 존재해오던 중도세력마저 개혁의 적으로 몰았으며 행정수도공약에 대한 무리한 집행을 통해 이 좁은 땅덩어리를 지역 대 지역의 대결구도로 만들어버렸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정치는 통합의 정치가 아닌 오기와 분열의 정치라는 정의가 내려지는 경향이 있다.

링컨의 경우는 어떠한가? 링컨내각의 국방장관이었던 에드윈 스탠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적과 같은 사람을 인재로 기용하며 결국 그 신뢰와 믿음을 통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리더임과 동시에 남북전쟁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며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며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던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지금, 노대통령은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만을 상대방이 받아주길 강요하는 것 같은 몰아붙이기 정치와 다름 아니다.

무언가를 통합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거듭했던 것이다.

특히 한 나라임에야 오죽하겠는가? 그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상대방을 마음으로부터 감화시켜 진정한 통합으로 이끌기보다는 상대방과 내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전투적인 정치 승부수는 그 목적이 아무리 노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과 화해라 하더라도 결론은 모두의 처절한 패배와 분열로 그 이전보다 더욱 큰 갈등의 생채기를 내고 만다.

이미 그 갈등양상은 사회와 국가를 위험상황까지 빠뜨릴 정도로 심각하다. 상대를 보다 헤아릴 줄 아는 배려의 정치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국민을 적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국민으로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노무현식 정치통합과 국가통합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링컨은 게티즈버그연설을 통해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는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 말을 증명하듯 그는 전장을 누비며 하루도 평안하지 않게 대통령직에 임했다. 이러한 링컨이 반대로 노대통령을 만난다면 과연 무슨 말을 전할까?

한 민족이 남북이 갈라져 이렇게 사는 것도 땅을 치고 원통할 노릇인데 이 작은 나라에 세대와 계층, 지역이 이해에 따라 계속 갈라져만 가는 것이 통합과 화해의 정치란 말인가? 우리는 노무현의 국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을?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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