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와 관련한 제4차 6자회담이 어제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때 무산위기까지 몰렸으나 결국 6개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은 우리 민족에겐 추석 연휴 끝의 의미 있는 선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IAEA)의 안전협정을 준수하는 등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만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공동문건 내용이 눈길을 끈다. 한국은 이미 1992년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마당에 북한 역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막판까지 미국과 북한이 대립했던 경수로 관련 문구는 '적당한 시기에 논의한다'는 식으로 공식화했다. 이 두가지 핵심 주제를 보면 앞으로도 타결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음을 말해준다.

다만 이 시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면 한국의 비핵화 선언을 틀로 삼아 동북아권 평화체제 구축의 기틀을 제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6자회담이 북핵 문제의 해결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의 안보 다자협력기구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간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면서 위협해왔지만 이젠 그럴 명분을 상실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려의 시각도 내재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일정 조건하에 허용함으로써 군사용이 아니더라도 민수용으로 핵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강국이 핵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북한에게만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 북한이 보여온 태도를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북한은 1993년 NPT 탈퇴 선언 이후 폐연료봉 인출후 핵물질 추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행보를 보였다. 향후 북한이 국제적인 틀에 편입되도록 우리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것도 과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남북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본격화해 나갈 때다. 무엇보다 이를 이행하려는 각국의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경수로 문제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오는 11월초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5차 6자회담에 주목하는 이유다. 북한이 먼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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