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청주교육대학 교수·회화작가

세상이 온통 빨갛다.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빨강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열정적, 감정적, 자존심 강한 색이다.

내 삶 속에 녹아 있는 빨강의 이미지는 영원토록 잎과 꽃이 만날 수 없어 슬퍼 보이는 상사화의 붉은 꽃망울, 시골 마당에 잔뜩 늘어놓은 붉은 고추의 아름다움, 그 빨간 자태에 보기만 해도 눈이 현혹될 것 같은 장미의 정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들이고 신윤복의 '미인도'에 트레머리한 여인의 앵두처럼 빨간 입술, 뭉크의 '절규'에 나타난 불타는 듯한 붉은 구름,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 입고 있는 빨간 제복 입은 소년병, 구르몽의 '낙엽'에서 회자되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이다.

내 마음의 레드 이미지는 이렇듯 가을에 더 깊게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빨강은 이제 더 이상 분위기 메이커만은 아니다. 스펙트럼의 첫 번째에 위치하는 빨간 색은 다른 색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 웰빙의 붐을 탄 건강으로서의 레드와 주변 환경에서 보는 아름다운 레드 컬러는 우리의 삶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모든 컬러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은 여러 이미지를 만들고 어떤 성격을 만들어 나간다. 레드라는 색상은 워낙 색상이 선명하고 강렬해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주목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감 있고 활동적이며 생동감이 있는 색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색이기 때문에 각종 훈장이나 휘장, 특히 국기에 많이 사용된다. 우리에게는 공산주의의 대표적 색으로 각인되어 있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색이지만 현재 레드의 이미지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 가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레드가 온 도시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변화와 함께 조심스럽게 하나 둘 생기던 빨간 간판들이 그 주목성의 효과 때문에 엄청나게 불어났다. 도시를 뒤덮은 간판의 홍수에도 모자라 색깔도 원색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도무지 건물을 볼 수 없다. 건물의 외관은 이제 미적인 개념은 아예 포기한 듯하다. 아무리 아름답게 건축을 했다하더라도 건물은 이내 간판으로 도배가 된다. 원색의 간판 속에서 서로의 존재는 찾기가 어렵다. 결국 서로의 욕심이 서로를 죽여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빨간색에 동화되어 또 다른 자극적인 색을 찾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북부에 자이뿌르라는 도시가 있다. 델리와 아그라와 함께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이 도시는 '핑크의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도시의 핑크색 건축물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면 청주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을까. 청주가 빨간색, 아니면 원색의 도시인가?

이제라도 청풍명월의 도시다운 우아하고 품격 있는 색을 만들어야 한다. 파리에 맥도날드의 빨간 간판을 보기 어려운 것은 도시 미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시에서는 도시 건축물, 버스, 각종 선전물 등에 청주의 역사와 전통, 인공 환경과 자연 환경, 기능성과 심미성이 현대라는 감각과 어우러지도록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 기본이 바로 색이다. 색은 서로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조화되지 않은 색은 난잡함 그 자체이다. 행복한 청주를 위해 아름답고 조화로운 색깔을 갖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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