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직 충남도교육감

가을이면 열매를 거둔다. 열매를 거두는 계절이 꼭 가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봄에도 익는 열매가 있고, 여름에도 거둘 수 있는 귀한 열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히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열매들은 잔치를 벌인다.

열매는 식물로 말하면 자신의 번식 수단이다. 이 땅에서 자신과 똑같은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피 나는 작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열매는 인간이나 동물에게는 중요한 먹이가 된다. 쌀과 보리, 밀 등은 인간의 주식이요, 사과와 배, 감 등은 과일 중에서도 큰 비중을 보이는 열매이다. 또한 어떤 과일은 기름으로, 어떤 것은 섬유로, 어떤 것은 맛을 내는 조미료로, 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목적을 달성하는 열매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씨앗이 좋은 열매를 기약한다. 하지만 그러한 진리 또는 자연법칙을 당연한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좋은 씨가 있어도 좋은 열매를 맺기까지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고, 성장을 위한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에도 좋은 열매를 기약할 수 없다. 좋은 씨가 좋은 열매를 반드시 보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한 첫째 조건은 좋은 씨를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씨앗은 가열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때에 씨앗에 있는 생명은 여지없이 사라진다. 씨앗에 생명이 없어지면 좋은 열매는커녕 부실한 열매조차 얻을 수 없다.

둘째, 좋은 씨는 땅에 심겨져야 한다. 씨앗을 물에 심어 열매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화산재에 심는다든지, 바닷물에 넣는다든지, 허공에 달아놓는다면 그러한 조건에 적응하여 살아남을 씨는 많지 않다. 좋은 씨는 좋은 땅에 심겨져야 제대로 성장한다.

셋째, 좋은 씨가 자라도록 잘 가꾸어야 한다. 땅에 심겨진 씨가 한결같이 잘 자랄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다. 씨앗을 가꾸지 않으면 잘 자랄 수가 없다는 사실은 하나의 진리이다. 풀씨는 가꾸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들에게도 적당한 수분과 햇볕과 거름이 있기에 가능하다. 야생의 열매들도 하늘이 은혜처럼 내려주는 비와 햇볕을 서슴없이 받았으며, 땅으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을 쉬지 않고 흡수하였기에 가능했다.

넷째, 수확의 계절이 되면 잘 거두어 들여야 좋은 열매, 좋은 씨앗을 얻을 수 있다. 추수철의 적기에 수확을 하지 않으면 좋은 씨와 좋은 열매를 거둘 수가 없다. 잘 익은 열매가 태풍과 한파와 폭우로 낙과(落果)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한 톨이라도 잃지 않고 수확하려면 악조건을 이기고 가지에 매달려 있어야 하며 시련을 거뜬히 이겨야 한다.

다섯째, 좋은 씨와 좋은 열매를 위하여 좋은 종자를 보존해야 한다. 좋은 종자는 좋은 씨를 말한다. 온도와 습도, 햇볕의 양은 씨앗에 영향을 준다. 씨앗이 자신의 상태를 잘 유지하도록 그에게 알맞은 적당한 조건을 맞추어야 한다.

좋은 교육을 위한 좋은 교육의 씨앗을 가꾸는 일이 필요하다. 좋은 교육은 생명이 있는 교육이다. 학습자로 하여금 전 생애에 걸쳐 자아성취를 하도록 도와주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회에 기여하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일은 좋은 교육의 열매를 얻기 위한 활동이다.

교직에 대한 사명감과 신념, 철학으로 잘 무장한 선생님들이 비전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며, 학습자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적시(適時)에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지속적으로 평가반성하며, 다시 목표를 수정해 갈 때에 좋은 교육은 가능할 것이다. 전문성 신장을 위한 자기연찬에 열심인 선생님들, 학교를 신뢰하고 지원하는 학부모님들, 교육을 걱정하는 교육공동체의 노력으로 우리 교육은 도약하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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