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이 본격 시작됐다. 올 추석 연휴는 예년보다 짧아 귀성길이 더욱 멀고 혼잡하다. 그래도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만은 설레임으로 가득 찬다. 객지에 나갔던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가을의 풍요로운 결실과 돈독한 정을 나누는 우리의 추석 명절 모습은 언제 봐도 푸근하다. 옛사람들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추석만은 아무 걱정 없이 넉넉함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올 한가위 분위기가 썩 밝지만은 못하다. 침체된 경기에다 날로 치솟는 유가 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기만 한 탓이다. 취업률도 밝지만은 않다. 추석 대목을 맞았는데도 썰렁하다. 농민 역시 풍요로운 수확기를 맞았지만 농산물 수입개방 여파 등으로 우울하기만 하다. 재래시장은 물론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을 가릴 것 없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사회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면서 각 부문의 갈등이 날로 깊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시대의 아픔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무리 형편이 여의치 않지만 추석명절만큼은 한 줄기 희망을 준다. 한가위 보름달이 넉넉한 것은 바로 고향의 아늑한 품속을 그리워하는 인지상정이 거기에 투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아픔과 기쁨까지도 나누는 덕담 그 자체만으로도 찌든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이웃들은 추석이 더욱 서럽게만 느껴진다. 조그만 정성이지만 서로 나눌수록 그 기쁨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 주변의 그늘진 곳을 찾아 배려하는 나눔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절실해진다.

모쪼록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에는 우리의 미풍양속을 되살렸으면 한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애를 다지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다. 이럴 때 일수록 정치권은 추석 귀향 활동을 통해 민심을 정확히 수렴해서 사회통합의 방향이라도 제대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갖고 생활현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그런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사고나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추석을 지키는 자세도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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