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기획국장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지방정부의 절차적 민주성 확보, 행정의 책임성과 효율성, 시민서비스 개념의 도입 등은 긍정적인 변화의 단면들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이면에는 단체장들의 전시성·선심성 행정과 무분별한 예산낭비, 지역이기주의의 심화, 난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등 그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그간 250여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새 청사를 건립한 단체는 무려 54개곳, 각종 비리와 이권에 연루되어 기소된 단체장만해도 무려 142명에 달했다.

또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지방의원은 오히려 지역 토호화되면서 유착과 부조리를 심화시켜 나갔다.

결국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은' 지방자치의 현실이 한국 지방자치의 기상도인 듯 싶다.

흔히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10년을 맞은 우리의 지방자치는 지방화 시대라는 구호를 실감할 만큼 크게 나아진 것도 없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조짐도 보이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이런 현실에서 주민참여는 지방자치제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관한한 역대정권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보여왔던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에 반드시 담아야 할 주민참여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전략과 정책은 여전히 부재하다.

결국 참여정부는 주민참여의 제도적 기반이 미약한 탓에 극히 제한적인 분권·분산형 사회체제에 자족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 내 지배·피지배 관계 속에서 토호들의 기득권 강화로 '풀뿌리 보수주의'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집권적 지배논리의 연장선에서 지방정치를 예속하려는 의도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정치개혁특위에서 확정한 지방의원 정수 조정, 유급제 도입,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개편 등이 그것이요, 자치구를 통폐합하려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 또한 그것이다.

결국 정치권의 구미에만 맞는 제도개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는 점차 왜곡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격차와 소외론, 그리고 낙후지역이라는 지역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개발지상주의로 이용하는 지방정치 행정엘리트들과 일부 특수계층, 그리고 지역 토호들에 있다.

이들은 소위 '잘 사는' 지역을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지역개발 지상주의'를 확산한다.

이 무분별한 지역개발 지상주의는 지역사회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촉진해야할 주민 스스로가 지방자치의 주체임을 망각하게끔 만든다.

따라서 모든 지방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낙후지역이라 여기게 되고, 이 불안 심리는 지방자치의 제도적인 제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와 개입, 직접행동의 형태로 표출되지 않고 개발이익 등의 지역 이기주의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분별한 지역개발사업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주나 개발업자 그리고 그들과 유착되어있는 정칟행정엘리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결코 지역주민 전체나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가 제 갈 길을 똑바로 가지 못하면 자연히 지방자치제가 쓸모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어지고 지방자치는 동력을 잃고 쇠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지방자치를 실현할 원동력은 시민의 몫이다.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개입, 직접행동만이 일부 지방 정칟행정엘리트들과 지역토호의 이익이 일방적으로 대변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조금만 더 성찰적이고 주체적인 삶에로의 전환, 다시말하면 '잘 사는 지역을 만든다는 것이나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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