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화 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서울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현탁 박사의 절연-금속소자 개발 이후,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기대가 어느 때 보다 높다.

동시에 침체된 경기를 보다 빨리 회복시켜 줄 응용기술 개발에 대한 욕구도 매우 크다.

그렇다면 둘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는 것이 국가 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코 단순할 수 없다. 미국의 퀄컴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89년 부호분화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확보한 퀄컴은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기반으로 현재 연간 수억 달러의 이윤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도 휴대폰 한 대당 보통 출고가의 5% 내외를 CDMA에 대한 로열티로 퀄컴에 지급하고 있다.

기술 하나를 개발해 그야말로 화수분을 얻은 셈이다.

반면, 원천기술은 없지만 다양한 첨단 응용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를 재패한 경우도 많다.

세계 초일류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D램 기술은 미국 마이크론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일본의 소니와 야마하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 준 캠코더 기술과 음원칩 기술도 원천은 미국에서 왔다.

이렇듯 원천기술을 사들여 그 보다 몇 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응용기술을 개발 하는 것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기업과 경제를 급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이후 기초연구보다는 당장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응용연구가 강조돼 왔고, 그 덕분에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한 것이 사실이다.

원천기술과 응용기술 모두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필자는 두 기술의 상생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각 연구과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처음부터 연구 형태를 각기 달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천기술 개발에는 실패에 따르는 위험부담까지 고려한 충분한 시간과 연구비를 보장해 주고, 비교적 상업화가 빨리 진행되는 응용과제에 대해서는 R&BD 즉 기술개발 시작단계부터 상품화 이후 시장성까지를 전 주기적으로 고려해 진행하는 비즈니스형 R&D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 원천기술이 개발됐을 경우 이를 곧바로 응용연구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갖춰놓아야 한다.

실제로 ETRI 김현탁 박사가 개발한 절연-금속소자 개발은 원천특허 로열티와 다양한 응용연구 개발을 통해 향후 100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비즈니스로 연계할 구체적 계획은 아직까지 명확치 않아서 혹여 이 기술이 선진국에 의해 먼저 응용개발 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크다.

셋째 상업화를 통해 창출된 잉여자본이 기초연구로 재투자될 수 있는 국가차원의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상업화를 통한 이윤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식의 '기초과학 투자와 상업화의 선순환' 시스템을 통해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정책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의 중요성을 견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둘 사이의 경중이 아니라 하루빨리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착시킴으로써 R&D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진국 진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온 국민이 순항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과학기술계 모두가 힘을 모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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