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대 태안군 배구협회장

불가마 같았던 2005년의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때 늦게 찾아온 태풍 나비가 너무 크게 날아서 영남일대에 최고 500㎜의 폭우를 뿌리고 나비답지 않게 심술을 부렸지만 그래도 가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지난 여름에 천혜의 청정해역 태안군에는 전국 각지에서 1200만명의 피서객이 다녀갔습니다.

만리포 해수욕장(180만명), 연포(70만명), 몽산포(177만명), 꽃지(250만명), 안면도(523만명) 등 태안군 인구의 188배가 넘는 외래 손님들이 방문하는 놀라운 인파였습니다.

숙박업소에서, 해수욕장에서, 길거리에서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군민들은 폭염과 싸우면서 열심히 뛰고 소리치며 여름 농사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손에 잡힌 여름날 땀방울의 댓가는 너무 허탈했습니다.

1일 평균 1인 당 2만 4000원 정도의 숙박료만 지불하고 떠나버린 야속한 손님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온갖 쓰레기만 군민의 몫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태안군은 농업, 어업, 화훼업 등 복합산업을 갖고 지난 1989년 꿈에도 그리던 복군의 숙원을 이룩해 6만 3815명의 군민이 바위보다 강하게 군민애를 자랑하는 화합과 인정 넘치는 인간중심적이며, 전국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을 소유하고 있는 친자연적인 희망과 꿈이 넘치는 21세기형 준비된 고장입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지역에서 지난 15년 동안 매년 1400여명씩 정든 고향을 떠났고, 여름날의 쭉정이 추수는 군민에게 새로운 답안지를 작성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태안의 속살을 찾아야 합니다.

태안의 맛과 멋을 찾아야 합니다.

흔히들 태안하면 안면도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태안의 속살과 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만리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958년 센츄리 레코드사에 취입된 만리포 사랑노래가 이를 입증합니다.

만리포는 해수욕장의 명소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세종 때 중국 사신을 전송했던 역사의 현장이며, 한·중 문화교류의 출발지였고 560여년 전 서해안시대의 원조지역이었습니다.

태안발전은 만리포를 다시 찾아야 이룩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안면도와 더불어 육지의 제주도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청정해안지역의 풍부한 해산물을 살려서 태안읍에 전주 비빔밥을 능가하는 해물 뚝배기집을 개발하고, 안흥항에 신선한 꽃게를 재료로 하는 전국 제일의 꽃게 백반집을 특화시켜야 합니다.

이원의 밀국낙지 맛을 전국 도심 산간벽지에 홍보해 쓰레기만 버리고 떠난 관광객들에게 태안의 맛과 멋을 알려줘야 합니다.

또 귀가 길에는 가을 김장을 준비할 수 있게끔 이 고장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가득가득 싣고 가게 할 때 만리포에선 똑딱선 기적소리 꿈을 실은 만리포사랑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쭉정이 추수 때문에 고향을 떠나 간 2만여 군민들이 되살아난 태안군으로 회군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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