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도시 육성을 표방하고 있는 대전시와 충남도가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양성자 가속기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양성자 가속기를 유치할만한 제반 여건이 안 된다거나 유치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덕연구단지를 끼고 있는 대전·충남지역이야말로 양성자 가속기 유치의 적지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양성자 가속기 사업은 나노기술(NT)과 생명기술(BT) 등 최첨단 과학기술의 동력이 되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핵심이다. 과학기술부의 투자 계획만 보더라도 이 사업의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부는 사업 유치지역에 2010년까지 무려 1286억원을 투입, 100MeV(메가전자볼트) 선형양성자 가속장치 등 첨단장치산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860여명의 연구인력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관련 벤처업체 입주 등에 따른 2만여명의 상주인구 유입이 예상된다.

전국의 자치단체와 대학들까지도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린 이유는 이처럼 막대한 지역개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치신청 마감 결과 전라북도와 춘천시, 철원군, 영광군, 경북대학교 등 5곳이 신청서를 접수한 반면 대전시와 충남도는 신청서조차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유치 사업단이 제시한 소요부지나 부대시설 등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유치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대전시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 춘천시와 철원군이 사업유치팀을 운영하거나 한국원자력연구소 내 담당부서를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갖는 등 발빠르게 움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북도의 경우 올 초부터 익산시와 정읍시 완주군 등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자 중재에 나서 전북 유치 단일화를 이뤄낼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으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충남도의 해명 역시 유치하기까지 하다. 양성자 가속기 사업이 우리 지역에만 유치돼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첨단과학도시를 추구하는 대전시가 유치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오죽했으면 지역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양성자 가속기 사업 유치를 둘러싼 시·도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을까. 대전시와 충남도가 사업유치에 처음부터 미온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이번 일을 은근슬쩍 넘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유치신청을 포기한 원인규명과 함께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촉구한다. 이는 행정의 신뢰회복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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