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수 대전사랑시민協 회장

27분 연설에 22번의 박수를 받으며 지난달 25일에 노무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 날은 날씨도 유난히 좋았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약속을 듣는 날이라 그런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팎에는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로 꽉 찼었다.그곳에 가지 못한 많은 국민들은 TV 앞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불행한 대통령의 반복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역사적인 그 장면들을 눈이 뚫어지게 보았다.

안타깝게도 새 대통령이 취임사를 힘있게 읽어가는 그 옆자리에는 상처뿐인 다섯 분의 전직 대통령들이 앉아 있었다. 그 분들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하며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었을까?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다섯 분 중에 어느 한 분도 마음 편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한 분이 없으니 그동안 우리 나라 정치사가 얼마나 험난했던가를 알 수 있다. 시작할 때나 끝날 때 장미꽃을 받으며 국민들에게 마음껏 칭찬받는 대통령이 왜 되지 못했을까?

지난 대통령 중에는 어떤 분은 감옥으로, 어떤 분은 절로, 어떤 분은 우리 나라를 IMF 관리체제로 만들고, 어떤 분은 특별검사에게 조사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이 되다니 우리 나라가 좀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 참사를 애도하는 마음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강직한 인상을 주며 40여분 만에 끝난 취임식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새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전직 대통령들처럼 끝날 때 불행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우리 국민 모두가 몇 번이나 기도하는 것 같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민의 정부를 만들어서 IMF 관리체제를 단숨에 벗어나게 한 정치적 노련미를 유감없이 보여준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 후 5년 동안 국민들의 반대가 많았던 의약분업을 강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교육개혁의 부작용, 언론과의 전쟁, 북한에 퍼주기 등 국민적 정서를 바르게 읽지 못한 채 국민과의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히 하지 못하고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면서 그동안 그 분이 쌓아 놓은 민주화 운동에서의 땀과 노력을 모두 잃고 말았다. 감히 생각도 못했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으로서의 덕망과 존경을 상실한 채 동교동 집으로 가는 그 길이 보기에 너무 쓸쓸했으며 안타까웠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시작할 때는 국민을 위한 각오와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벅찼다. 그러나 끝날 때는 한결같이 소탐대실의 덫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어떻든 흔히 우리가 말하는 3김의 시대는 막을 내린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민주화를 쟁취하는 데 있어서 공도 많았다. 이제 그 분들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자신들을 조용히 뒤돌아볼 시간을 갖게 됐다. 부디 대원군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쓴소리 하는 것조차도 다른 사람의 몫으로 돌리고 못다 한 덕을 쌓고 안녕으로 조용히 살아주시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 정권인수위 활동에서도 나타났듯이 아마추어라 업무수행 과정에서 미숙한 면도 없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탈정치인 중심의 구성원들은 지혜를 모아 정책 중심으로 신선하게 인수위의 책무를 마쳤다. 그리고 취임해서 일주일이 지났다. 북쪽의 핵문제와 미국과의 외교 문제 등 주변 상황이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다. 국내적으로도 큰 틀에서 경제가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천만명 가량이나 되는 반대표를 찍은 국민들의 정서도 읽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취임하던 날 말씀 중에 반칙과 특권은 용납될 수 없다는 대목이 있었다. 또한 기회주의를 청산하고 국민통합을 위하겠다는 대목도 있었다. 국민들은 그렇게 말할 때마다 큰 박수를 쳤다. 그 의미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어느덧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등은 귀에 익은 단어들이 됐다. 또한 참여정치야말로 국민들에게 매우 기쁜 소리이다. 취임식장에 평범한 국민들과 함께 입장했듯이 평범한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은 오로지 경제를 살리는 것뿐이다. 안보와 외교도 모두 경제를 살리려는 수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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