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여야간의 의견충돌이 쉽사리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법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단독으로 통과시켰을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은 다수의 횡포로 규정짓고, 뒤늦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바라고 있다. 표결에 응하지 않았던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표결 문제에 여야가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거부권은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극약처방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노 정권 출범 초기부터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향후 정국 운영에 별 도움이 안 되리라고 본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이견은 남아 있다. 신주류는 김대중 정권이 남긴 부담을 털고 가고 싶을 것이고, 구주류는 끝까지 옹호하려는 것 같다. 구주류는 특검이 실시될 경우 분당까지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은 특검법안의 수정 내지는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한나라당의 태도는 강경하다. 거부권 행사 땐 전면투쟁을 펼치겠다고 나섰다. 이런 강경태도가 당의 결집력을 강화시킬 지는 몰라도 타협과 상생의 정치에 반하지 않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략적인 고려없이 접근한다면 법안수정에 성의를 보일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야당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주길 바란다.

대북송금건은 정치적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적으로 풀어 가는 것이 순리라는 점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상임위 보고를 먼저 듣고 난 후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북송금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꼭 규명돼야 할 사안이지만, 미래의 대북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국익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담고 있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정치적 사안이다.

따라서 수사의 범위와 내용 공개의 수준까지 여야가 상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지금도 때가 늦지 않았다고 본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법안 수정 또는 재협상에 나서 주길 바란다. 국회가 토의와 인내심을 접어 둔다면 그에 따른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를 멈추게 할 수 없지만, 수레바퀴의 진행 방향을 가다듬는 것은 필요하다. 여야는 거부권 행사는 물론 그 반대 의견 표출마저도 신중하게 다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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