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 떠도는 '소' 시리즈 한토막.

청와대에 소한마리가 들어온 상황을 설정해 놓고 역대 대통령들이 보여주는 인식과 행동양식이 흥미롭다. "농촌으로 돌려보내라", "청와대 식구끼리 바비큐 파티나 하자", "내 집 안마당에 묶어 놓고 보자", "아들에게 물어보고 처리하자", "북한으로 보내자", "토론에 부친 후 처리하자"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역대 통치스타일을 각기 상징적으로 빗대는 내용이다. 정치를 희화화하기 위해 지어낸 얘기로만 치부할 일이 아닌 성 싶다. 잠시 웃고 지나가기엔 너무 무거운 메시지를 동시에 던져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엔 두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고 본다. 먼저 국가최고통치자의 자질 및 덕목 차원에서 보면 국정(國政)이란 결코 사적(私的)인 영역으로 접근해선 안되고, 공공(公共)의 영역에서 국민의 진정한 자유회복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국민 입장에서 이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기까지 '한강의 기적'을 달성한 성과는 실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무역량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이나마 민주화를 일궈낸 것은 누구 덕인가. 그 주역은 바로 국민이다. 그 세월을 보자면 국민의 피땀으로 얼룩진 신고(辛苦)의 산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인 부(富) 못지않게 민주화라는 목표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높아만 가는 실업률, 내수 및 기업투자 부진으로 먹고 살기조차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한국경제가 너무 빨리 늙어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잠재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불안한 경기 속에 노무현 대통령마저 작심하고 던지는 말 한마디에 전국이 출렁거린다. 대통령직을 걸고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불안감마저 풍긴다.

결국 그러다 보니 민심이 꼬이면서 노 대통령이 하야(下野)를 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무엇이 그토록 대통령의 마음을 심난하게 만들었을까.?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주는 상황으로 반전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어떻게 참새가 대붕(大鵬)의 뜻을 알겠느냐는 투의 청와대 참모들의 투정이 더 크게 들리니 이 또한 무슨 조화란 말인가. 뒤집어 보면 대통령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국민이 야속한 것으로 비쳐진다.

여기에서도 '인지(認知)의 부조화 현상'이 드러난다. 물론 우리가 사회통합을 위해선 기필코 극복해야 할 대상은 지역주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를 금방 청산하지 못하면 천추의 한이 될 만큼 심각한 것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직을 꼭 내놓아야 만이 지역주의를 없앨 수 있다는 인과관계도 검증된 바가 없다. 노 대통령 특유의 어법상 이해못할 일은 아니지만 너무 경계선을 넘었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심정이라는 점도 자각할 때도 됐다고 본다.

다행이도 노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회동을 앞두고 있는 마당이어서 국민적인 시각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야당이 마치 노 대통령의 의지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미래지향적인 과제를 논의하는 데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국민은 당초부터 소박한 심성을 갖고 있기에 정치권에 거는 기대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수단으로 정파간의 연합정권 창출을 제의해온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모쪼록 '소통'의 미덕을 발휘하여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적인 리더십이 발휘됐으면 한다. 원래 폴리스(polis)란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엄숙한 정치공동체이었듯이 꼼수에 길들여진 게임이론으로만 접근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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