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윤도 건양대 교수

1981년 7월 말레이시아 총리에 취임한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의 절대 빈곤의 서구의존적 경제구조를 타파하고 독자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키 위해 총리가 경제장관직을 겸임하면서 동방정책 즉,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정치적 헤게모니나 이데올로기가 약화되는 국제질서의 변화기를 맞아 각국이 자국의 경제적 실리 추구를 중시하게 된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는 전통적 우방이자 구 식민종주국인 영국과의 관계를 축소시키는 동시에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의 경제선진국들과의 경제협력관계 강화를 통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모색코자 했던 것이다.
원래 아시아에서의 '룩 이스트'는 1970년대 필리핀에서 마르코스 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던 필리핀 대학생들이 "이승만 독재정권을 몰아낸 한국의 4·19혁명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룩 웨스트'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웨스트는 서해바다 건너편에 있는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을 본받자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서운 속도의 경제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하자는 의미가 강한 말이다.

많은 학자들이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로 예측한 정보화혁명에 이어 나타날 지구상의 새로운 물결로 중국혁명을 지칭할 정도로, 중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로 혹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현을 밝힘에 따라 각 시·도는 동북아시대 구상에 연계시킨 새로운 개발의 틀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동북아에 있어서 첨단기술 연구개발의 허브, 물류의 중심, 금융센터화함으로써 동북아 경제중심국으로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신경제정책과 연관된 것으로, 한반도가 21세기 제2의 경제대국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과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가운데 위치하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도의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구상과 연계되는 자체 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결국 이 조류를 타느냐 못타느냐에 해당 자치단체의 향후 5년의 발전 여부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과 충남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행정수도 이전계획과 맞물려 '동북아시대'의 핵심지역으로 활약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비전을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과감한 '룩 웨스트'(Look West)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대전·충남은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중국을 마주보고 있으며, 사통팔달(四通八達)하는 교통 인프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중국과의 연결통로역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대전시는 중국에 수출할 첨단기술의 생산지로 또 전문인력의 공급처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조건에서 대전·충남은 당연히 중국으로 오가는 기술과 물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충남도 내의 여러 가지 사업들은 활기 있는 진척을 보이지 못해 왔다. 국내 최대의 대중국 컨테이너기지를 목표로 계획됐으나 8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장항국가산업단지를 비롯, 당진항 분리지정문제 그리고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의 특구지정 등 특히 '룩 웨스트'를 촉진시킬 사업들에서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 대전·충남의 사업들이 지역 숙원사업 차원이 아니라 민족 사활이 걸린 국가사업으로 추진돼야 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 시·도가 나서서 분위기를 잡고 논리를 개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한 예로 안면도 등 해안지방 휴양지 개발은 물론 한산모시문화제, 금산인삼축제 등 모든 관광자원의 개발에 있어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둔 새로운 차원에서의 개발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시·도 내 모든 시설에 중국어 표기를 의무화하고, 중국어를 각급 학교의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등 대대적인 중국 바람을 한번 일으켜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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