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패륜범죄가 대전에서도 발생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극약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다섯살배기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했다니 그 잔인하고도 비정한 한 가장의 행태에 치가 떨린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너지는 가정 윤리에 새삼 참담한 심정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보험 살인의 동기 역시 자신의 황금만능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가족의 목숨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뒤틀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아내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것은 물론 극약을 직접 구매하고, 범행은폐를 위해 집에 불을 지르고도 범행 시간에는 근처 PC방에 있었던 것처럼 알리바이를 꾸몄다. 치밀한 계획 살인 후 확인을 하는 범행수법은 어디에서 연유했는가. 자살·청부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86차례나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었다는 점에서 그 관련성 또한 지나칠 일이 아니다. 사이버 공간마저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사이트로 넘쳐나는 암울한 현실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일각의 인격 파탄자가 유발한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로 치부하고 싶지만 이 같은 끔찍한 범죄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굳이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홧김에 가족을 대상으로 삼는 존·비속 살해·상해사건이나 철모르는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정이 이렇게 윤리 실종과 더불어 급작스럽게 해체된다면 사회 또한 붕괴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통적인 가족사랑을 기반으로 학교와 직장,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중심 윤리를 다시 세우는 데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를 다시 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 및 제도만을 탓할 여유가 없다. 정부는 물론 교육계와 사회단체, 종교기관 등 우리 사회 각 주체가 모두 나서서 정신개혁운동을 펼쳐야 한다.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웃을 찾아 온정을 나누는 풍토도 정착돼야 한다. 자살·청부 사이트를 철저히 검색, 응징하는 대안도 절박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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