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외부 이전이나 분원 설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연구기관을 빼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몇몇 연구기관은 분원 설립을 검토하거나 이미 분원 설립을 확정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팽창으로 분원 설치가 불가피할 경우 일부 기능을 관련 산업이 발달한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정치권의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분원설립은 출연연의 집중성과 효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작금의 돌아가는 상황은 이런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분원 유치가 과학기술 육성 차원에서라기보다는 R&D특구 지정 요건을 갖추기 위한 일종의 구색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우리는 이런 사태가 도래할 것을 이미 대덕R&D특구법 제정 때부터 예상했었다. 대구·경북 등 여러 지자체들이 대덕과 함께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되길 원했지만 결국 이는 무산됐다. 그렇다고 R&D특구 지정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틈새를 열어둔 까닭이다.

R&D특구 관련 법 조항을 보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R&D특구 조건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3개 이상이며 여기에는 분원까지 포함하고 있다. 출연연의 완전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고 보면 분원 유치가 수월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분원 유치를 통해 R&D특구 지정을 꾀하려는 의도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대구는 여기에 한발짝 바싹 다가섰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 분원에 이어 ETRI 분원설립을 사실상 관철시켜 R&D특구 요건을 일단 갖췄다. 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ETRI 분원 대구설치를 위한 예산 50억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전주시도 이에 가세해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하는 등 R&D특구지정을 위한 물밑 작업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다가 대덕R&D특구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출연연이 분원형태로 속속 빠져나가고, R&D특구가 곳곳에 추가로 생길 경우 집중성과 효율성은 떨어질 게 분명하다. 지금부터 출연연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정치적 논리나 R&D특구지정 차원의 '분원 빼가기'는 철저히 배격해야 마땅하다. R&D특구는 대덕 하나로 족하다는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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