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관내 유형 문화재를 전시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급 전시관의 건립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유서 깊은 향토 문화를 정립하려는 보은 군민의 의지가 돋보인다. 전시관이 없다는 이유로 군 소유 문화재 중 상당수가 외지로 유출된 상황이고 보면 지역민의 문화적인 박탈감을 이해할 만하다. 문화재청은 부지만 확보하면 예산을 지원해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니 더 없는 기회라고 본다. 박물관 건립에 목말라하는 군민들의 뜻을 한데 모을 때다.

지난해 보은군을 방문한 관광객은 140만명에 달하며, 올해엔 이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군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관광객 대부분은 보은군의 역사·문화 등 내면을 고찰하기보다는 속리산 관광에 치우치는 경향이 높다. 보은군의 진면목을 보여줄 만한 이렇다할 전시관이 없다보니 관광객들의 호응도가 반감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전시할만한 문화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치 있는 문화재는 모조리 외지로 유출돼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형편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법주사 괘불탱화만 하더라도 청주 국립박물관이 보관 중이며, 1969년 팔상전 해체복원 과정에서 출토된 사리함은 동국대학교에 기증된 상황이다. 외속리면 기계 유씨 제실에 보관돼 오던 도지정 문화재 164호 광국지경판문록은 청주시 소장 유형문화재로 이관된 지 오래다. 익제 이제현 선생 영정은 충주시립박물관이, 삼년산성 일대에서 발굴된 토기 등 96점은 국가로 귀속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보관 중이다.

보은군엔 1995년 개관한 188평 규모의 향토 민속자료 전시관이 있으나 규모가 작은 데다 국보급 문화재를 보관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정작 귀중한 문화재들은 외지 박물관 위탁보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군을 찾은 관광객들은 물론 군민들조차도 현장에서 문화유산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귀중한 문화재들을 더 이상 외지에 떠돌게 해서는 안 된다. 보은군에 전시관이 들어선다면 문화적인 자긍심은 물론 관광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전시할 문화재가 풍부하고 문화재청이 예산까지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전시관 건립을 늦출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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