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규 · 박봉주 · 박순길 … 지역문인 3인 시집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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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최원규·박봉주·박순길 등 지역문인이 발간한 시집들이 눈길을 모은다. 가벼움 가득한 시대에 존재의 무거움을 담아내려는 진지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큰 울림을 남긴다.

◆신은 작은 것까지 버리지 않는다(최원규/푸른사상/7000원)
= 충남대 명예교수 최원규의 신작 '신은 작은 것까지 버리지 않는다'는 원로 시인의 눈에 비친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의미를 아름다운 시어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가운데 새를 주제로 한 경우 외견상 우울한 톤을 바탕으로 깊은 철학적 명상의 대상이 된다. 새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과 시어로 표출된 새의 형상은 최원규 시인의 근래 관심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꽃잎이 바람에 나뒹굴 듯 무참한 소식
꿈속에 별을 본 것이라고 스스로 치부하고
너희는 날개를 접고 땅을 두드리며
뒤도 보지 않을 채 하늘로 비상한다.
-'둔산동 들새' 중에서 발췌


시를 통한 자아탐구와 부단한 모색은 새의 이미지로 하늘에 맞닿고자 하는 새의 모습에 압출돼 드러난다. 새는 역동적인 자유로움만을 향유하지는 않는다.더 큰 비상을 꿈꾸지만 거칠 것 없는 일탈의 기회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시집은 1부 '새봄을 위하여', 2부 '유년의 노래', 3부 '둑길을 떠나며', 4부 '너의 나라' 등 총 4부로 나눠 90편의 시를 수록됐다.

◆꿈꾸는 삶이 아름답다(박봉주/오늘의문학사/6000원)= 대전문인협회 사무국장이며, 대전시교육청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는 박봉주 시인의 '꿈꾸는 삶이 아름답다'는 꿈을 꾸는 시어를 통해 정신의 살아남과 사회의 살아남을 체험할 수 있는 시읽기 경험을 제공한다.

박봉주 시인은 한 동안 절필하고 가슴앓이한 흔적을 초록의 삶을 꿈꾸는 특유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정신으로 형상화했다.

이름 모를 풀잎들이 한 줄의 삶을 이었다
놓치면 마치 생을 놓치는 것인 양
손과 손을 잡고 한 줄로
죽음의 사막을 건너온 초록의 삶
-'초록의 삶' 중에서 발췌


시인이 꿈꾸는 초록의 삶은 감동이고 에너지이며 비상의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사회에, 사람들에, 일상에 지친 이들라면 그 책을 손에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정초한 빛깔의 정신의 키를 무럭무럭 키울 기회다.

◆빈 가지의 여백(박순길/오늘의문학사/6000원)=삶의 여유가 그리운 독자라면 박순길 시인의 '빈 가지의 여백'을 놓칠 수 없다. 박순길 시인이 지난 몇년에 걸쳐 쓴 시를 집대성한 이 시집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본능적인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시심을 내면화한 서정시인으로서의 곧고 바른 자세는 그의 시를 진단하는 단서가 된다'는 문학평론가 리헌석의 해설이 말해주듯 스스로 비우지만 담백한 생의 기쁨을 엿보는 시읽기가 가능하다.

들풀은 알몸이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젖었다
불의를 보고 피하지 않았다
-'들풀' 중에서 발췌


지천명을 넘기며 스스로 부끄럼없이 살려는 의지와 비우려는 인생관을 담은 박순길의 시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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