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여지책 빔으로 고정··· 폭우땐 대형사고 우려

충남도를 지나고 있는 송유관이 노후돼 파손위험이 높은 데다 금강유역 생태계 파괴 위험마저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7일 송유관 공사 세천저유소에 따르면 연기군 금남면 금남교와 조치원 번암천 인근에 매설된 송유관이 노출돼 있거나 지상으로 2m 이상 떠 있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송유관은 지난 70년대 주한 미군이 지하 1m50 깊이에 파묻은 것으로 3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가 심해 당초 지난해 7월 폐쇄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와 미군, 송유관 공사 등의 합의가 늦어지면서 폐쇄가 늦어졌고 송유관 공사측은 궁여지책으로 H빔으로 고정시킨 상태지만 폭우나 홍수가 닥칠 경우 대형 사고위험을 안고 있다.

한 시간당 1700배럴(200ℓ들이 드럼통 1352개 분량)의 기름이 흐르는 이 송유관은 지난 80년대 대청댐이 들어서면서부터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댐이 상류를 막아 퇴적물 유입이 차단된 데다 당시 본격화됐던 골재채취로 강바닥이 3~4m 깎기면서 송유관이 노출됐고 특정지역 송유관은 하상 위로 노출됐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송유관 공사측은 물론 충남도가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송유관에 거액의 사업비를 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송유관 폐쇄의 실제 사업비 출처가 주한미군측이어서 주한 미군이 충남도민의 안전 및 금강 생태계 보전 여부와 관련해 열쇠를 쥐고 있는 형편이다.

도는 13억원을 들여 송유관 하류쪽에 돌보를 쌓아 노출된 송유관과 금남교를 보호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지역의 유속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고 송유관 수용기름량이 많아 실질적인 예방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천저유소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조속히 사업지원을 해 주면 송유관 관 낮춤 작업 등 충분한 안전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반미감정이 고조되면서 주한미군이 예년과 달리 사업비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H빔 외에 안전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돌보 설치사업 결정에 있어서도 관리권이 있는 송유공사와 이 지역을 관할하는 도 사이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하상을 유지할 수 있는 돌보 설치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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