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이동녕·이범석 선생 생가 훼손 심각

▲ 천안시 북면 이동녕생가가 관리소홀로 안내판만 덩그라니 설치된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일제의 폭압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올바른 조명작업이나 성역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천안지역에는 3.1 아우내 만세운동에 필두에 섰던 유관순 열사와 김구응 선생, 항일민족단체 신간회의 주역으로 참여해 자주독립의 혼을 불어 넣었던 조병옥 박사, 상해임시정부 의장을 지낸 이동녕 선생 등 정부 서훈이 추서된 독립운동가들만도 70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성역화 사업이 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생가가 훼손되는 등 홀대를 받고 있으며 행적이나 사상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조명작업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창호·김구 선생 등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를 이끌며 항일독립운동을 주도한 석오 이동녕 선생 생가(목천읍 동리 79-1)의 경우 천안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현 주소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

충남도기념물(제72호)로 지정된 이동녕 생가는 원형이 크게 훼손된데다 참배객을 위한 휴게소는 물론 진입로도 차량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좁아 사적지로서의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약관 20세의 나이에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대첩를 주도한 철기 이범석 장군의 생가지(목천읍 서리)도 지난 93년까지 후손들이 살아오다 떠난 뒤 생가는 물론 그나마 남아있던 비문과 안내판 조차 자취를 감춘 폐허로 변했다.

이 장군의 생가지를 놓고 일부 향토학자들은 목천읍 교천리로, 마을 사람들은 목천읍 서리로 각각 주장하는 등 논란을 벌이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규명과 복원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서··지방 최대의 만세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는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구응 선생은 유관순 열사의 빛에 가려 그 공적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 하는 사례.

김 선생은 유관순 열사와 함께 아우내 만세운동의 거사계획을 총 지휘하고 아우내장터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다 어머니 최정철 여사와 함께 순국한 인물로 지난 89년 뒤늦게 김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숭모회'가 설립돼 추모사업을 전개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

이 밖에 대한독립군 총 단장으로 항일투쟁을 주도했던 최병규 장군(북면)과 일본요인 암살을 목적으로 결성한 대한광복단의 유창순, 장두환, 성달영, 김정호, 조종철, 류중협, 강석주 선생 등 광복회 7의사에 대한 업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독립유공 관련단체들은 "천안이 충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추모사업은 유관순 열사 등 극히 일부 선열들에 편중돼 있다"며 "숨겨져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재 조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사업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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