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주린 그리움, 정상순 지음/기획출판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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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상순이 내년 고희(古稀)를 앞두고 자신의 자화상을 담은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정상순은 2000년부터 지난 5년간 쓴 시 100여편을 묶어 '막사발 주린 그리움'을 출간했다.

정상순(69) 시인은 1959년 당시의 쟁쟁한 문예지이던 '자유문학'지에 김광섭·이인석의 추천으로 '천재 시인'이라는 평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지난 62년 사화집 '사색과 영원'을 출간했고 이후 그가 쓰는 주옥같은 시편은 몇몇 지인들에게만 공개되며 활동이 묻혀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제9회 호서문학상을 심사한 이진우씨는 "정상순은 문단의 외곽에 머물며 이름을 들고 앞에 나서는 것을 극구 삼가해왔다"며 "우리 고장으로 말하자면 서해바다 중에서도 가장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격렬비열도에 비견될 수 있는 분"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정상순은 지난해 지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호서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올해 대전문인총연합회 우수작품집으로 선정돼 발간비 일부를 지원받아 문단 데뷔 46년 만에 그의 이름을 건 첫 시집 '막사발 주린 그리움'을 발간하게 됐다.

막사발의 '막'은 '마구'의 준말로 '거칠거나 품질이 낮은'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막걸리·막일·막말·막살이·막잡이' 등에 붙은 '막'과 같은 뜻이다.

그의 첫 시집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꾸밈없고 욕심없는 '막사발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순은 "요즘 젊은이들은 막사발의 정서를 잘 모르겠지만 투박하고 거칠게 구운 사발로, 안에 든 용량보다 위로 올라가는 것이 더 많은 막사발은 서민의 정서와 유년의 그리움이 느껴지는 대상"이라며 "무엇 하나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한 군데 꾸민 데가 있는 것도 아닌 물건이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좋고 그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 '낮달'이라는 15편의 연작시를 싣기도 한 정상순은 '낮이 되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떠있는 낮달이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떠오른 선명한 밤 시간의 달이 자기 존재를 각인시킨다면, 낮달은 마치 희미하게 숨어 있는 존재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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