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대전 롯데갤러리

포도.
'상실과 치유, 죽음과 삶, 지나쳐버린 시간과 시간 사이, 침묵하던 그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이인희의 네 번째 개인전이 '공간의 침식'이란 주제로 4일부터 오는 17일 대전시 서구 괴정동 롯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롯데화랑에서 매년 유망 작가를 선정, 지원하는 창작지원전으로 그림 두 점과 설치미술로 구성됐다. 설치미술은 장르의 구분 없이 조각, 공예 등으로 공간 전체를 꾸미고 표현하는 것으로 관람객들에게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성적인 진열방식을 도입하여 작품의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 소재가 다양하고 주제도 파격적이며 시각·청각·후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총동원한다.

물리적이기도 하고 추상적 개념이기도 한 '공간의 침식'이라는 말은 그동안 작가가 해 왔던 작업내용과도 많은 연관을 지니고 있다.

이인희 작가는 "이번 전시는 뼛가루, 옷을 태운 재, 생선비늘 등 '죽음'에 맞부딪힌 것들을 다른 형태로 빚어냄으로써 새로운 치유 혹은 삶의 의미를 던져주고자 했으며 이로써 죽음과 삶, 그 둘의 개념 사이에서 침묵하고 있는 공간을 깨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세개의 병.
그는 또 "10년 전에 그렸던 자화상과 지금의 자화상을 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시간과 시간 사이의 공간, 그 안에서 변화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으며, 수 많은 나무들로 두 개의 숲을 만들고 그 두 개의 숲 사이에서 떠다니는 모호한 느낌에 끼어들고자 했다"라는 말로 이번 작품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이어져 온 개인전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she-he'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손질된 일상'에서 변형 속에 내재된 개념적·추상적 공간의 틈에 대한 이야기, '공간 스케치'에서 보여 주었던 공간까지.

그 연장선의 하나인 '공간의 침식'전은 보이지 않는 물리적 공간, 혹은 정신적·개념적 공간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보여지고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도록 만든다. 사물과 사물 사이, 타인과 자아 사이, 개념과 개념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그들 사이에서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 보이지 않는 그것에 의해 관계는 달라질 수 있음을 작품은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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