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소금에 절인 단순 염장

1670년경에 쓰여졌다고 보여지는 '음식지미방'이란 조리서에는 오이지·생치침채·동아침채·산갓침채·마늘지 등의 김치류가 보이는 데 이들은 모두 소금에 절인 단순 염장법을 채택하고 있다.

김치에 고추를 본격적으로 넣은 시기는 1700년대 중엽경으로 보고 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기 이전 '음식지미방'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은 '채소+소금+천초' 등의 단순 염장법의 김치였다.그러나 고추를 김치에 넣고부터는 '채소+소금+고춧가루+젓갈' 등으로 바뀌는 데 이 시기가 1700년대 중엽이며 '경도잡지'(1700년대 말)에는 잡저(雜菹, 석박지)라 하며 '무+배추+소금+고추+새우젓국+소라+전복+석수어'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고춧가루는 김치에 다양한 해산물을 넣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셈이다.

김치에 넣는 고추의 역할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음식지미방' 시기에는 고추 대신 천초(川椒, 조피나무 열매로서 후추와 비슷하게 쓰였던 조미료, 매운맛이 난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과거의 천초를 버리고 새로운 고추를 김치에 차용함으로서 우리의 김치문화는 대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1795년에 쓰여진 왕가의 기록으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가 있다. 이 책에는 왕의 일상식 상차림에 올랐던 김치류가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침채(沈菜)-미나리·동아초·석박지·무·오이·배추

담침채(淡沈菜)-배추·무·산갓·미나리·생치침채·해저(일종의 젓국지)·석화잡저(石花雜菹·굴석박지)'

침채는 짠김치, 담침채는 싱거운 김치를 뜻하는 데 조리면에서 보면 전자는 수분을 없게 만든 것, 후자는 동치미류와 같이 물기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1700년대 말에 조선왕조의 침장고(김장고)는 이와 같이 침채와 담침채가 저장되어 있어 이들이 매일 식탁에 올랐던 것이다.
(사)궁중음식문화협회장·대전보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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