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요리 취미 붙였어요"

▲ 김찬화 대전여성회관 요리강사
"무슨 일을 하든지 즐겨야 합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한 직업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하기 싫으면 못하는 거니까요."

대전시 여성회관 2층에 가면 '뚝딱뚝딱', '지글지글'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도마 위에서 파, 마늘을 다지고 프라이팬에서 야채와 고기를 볶는 소리, 거기다 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입맛을 당기는 음식 냄새를 따라가 문을 열면 50여명의 주부들이 각자 주어진 요리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 사이에는 옆집 아주머니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인상의 김찬화(51) 선생이 웃고 있다.

그녀의 스케줄은 젊은이들도 체력이 달릴 만큼 빡빡하다. 월요일엔 태안, 홍성농업기술원 등 전국 곳곳으로 특강을 다니고, 화, 수, 목, 금요일은 여성회관과 금산농업기술센터에서 한식, 양·중식, 밑반찬 창업반, 약선요리 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요리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된 그녀가 27세에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서 손에 물 한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더불어 처음 요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를 들어보면 재밌기도 하고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열심히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결혼 전에 부엌일을 전혀 시키지 않던 친정엄마가 결혼하자마자 된장, 고추장 만드는 법부터 가르치셨어요. 시어머니는 직접 고추장을 담가 가져다 주시는 데 오히려 친정엄마가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난리셨죠."

그녀는 또 "그때부터 칼을 잡기 시작했는 데 요리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 당시 재미삼아 피자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먹이곤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또 반응이 좋으니깐 더 하게 되고 그렇게 입소문이 퍼져 주변인들이 요리를 배우러 저희 집에 모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죠"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것을 계기로 요리 관련 기관을 기웃거리고 여성회관에서 한식조리를 수강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때 나이 35세. 결혼해서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뒤늦게 적성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심에 대전보건대학 전통조리과에 입학해 자식뻘 되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도 들었다. 그 이후 하루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해 딴 자격증만 해도 조리산업기사(한식·중식) 자격증, 직업능력개발훈련 교사 자격증,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 등 10여개나 된다.

"'증'이라곤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 단 두개만 있던 내가 노력해서 자격증을 하나하나 따 나갈 때마다 성취욕과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며 "이 모든 것은 일이 재미있고 내가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시간과 나이, 자신의 상황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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