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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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40)

"어머니!"
왕은 환상 속을 헤메듯 하는 몽롱한 취안으로 박씨를 물끄러미 건너다 보며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아유, 전하께서 만취하셨나 보오이다."
"누가 만취해요? 어머니, 이 잔 받으시고 천년 만년 장수하시오."
왕이 잔을 하나 집어 불쑥 내밀었다.
"전하, 마지막으로 이 잔만 받겠나이다."
박씨는 하는 수 없이 받아 마시고 잔을 돌렸다.
왕은 털어붓듯 한 잔 술을 마셔 버리고 다시 박씨에게 잔을 돌렸다.
"전하, 제발 이제 그만… 토할 것만 같사옵니다."
박씨는 정말 토할 것 같이 속이 메슥거리고 눈앞이 어질어질하였다. 숨이 차고 식은땀이 솟았다.
박씨는 이마와 가슴에 손을 얹고 흐려지는 정신을 가다듬으려 안간힘을 썼다.
"어머니, 머리가 어지러우시오? 이리 좀 누우시오."
왕은 잔을 거두고 주안상을 밀어내고 박씨의 손을 잡았다.
"전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신은 전하의 어머니가 아니옵니다!"
박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왕에게 잡힌 손을 뽑으려고 나대다 또 다시 현기증을 느끼는 순간 그만 비그르르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박씨는 왕이 다급하게 어머니를 부르며 자기의 몸을 안아 요위로 눕히는 것을 꿈속처럼 어렴풋이 느끼면서 헛소리처럼 중얼거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박씨는 수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환상 속에 허우적거릴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속으로 자꾸만 빠져드는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다 깜박 혼절(昏絶)하고 말았다.

그날 밤, 왕이 에디푸스 콤플렉스의 광증(狂症)이 발작하여 어머니 대신으로 사모하던 큰어머니 승평부부인 박씨를 취중에 증(烝)하였는지 어쨌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날 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왕은 세자의 거처를 경복궁으로 옮기게 하고 박씨로 하여금 궁중에 들어와 세자를 돌보게 하고 때때로 경복궁에 거동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박씨를 독대(獨對)하곤 하였기 때문에 의심하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제왕무치(帝王無恥)라고 한다지만 백모를 증한 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제왕무치란 제왕에겐 아무리 수치스런 일이라도 나무랄 수 없다는 말이다.

"소문만 듣고 본 것처럼 단정하지 말게."
"사실이 아니라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격이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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