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특허청장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무더운 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해 여름을 성장을 위한 인고의 세월로 그리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애송하는 시(詩)인 '국화 옆에서'는 어떠한 생명체라도 치열한 생명 창조의 역정을 밟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국화의 개화(開花)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무더운 여름날을 보내면 기분이 한결 느긋해지지 않을까.

세계 경제는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하면서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자본 등 유형자산보다는 특허, 디자인 등 무형자산이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하면서 원천기술의 확보를 통해 경쟁우위를 유지·향상시키려는 국가간,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격화되는 세계경쟁에서 우리나라는 출산율의 저하로 노동 투입률이 감소하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감소하는 등 투입주도형 경제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제는 지식창출과 기술혁신에 의한 혁신주도형 경제모델로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시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대학·공공연구기관·기업간 역할 분담과 협력 강화를 유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진 결과, 국내 특허출원은 주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불과 2~3% 증가로 정체되어 있던 국내 특허출원이 2003년 12.1%, 2004년 17.4% 증가한데 이어 금년도 들어 상반기까지 16.5%가 증가했다.

특허청도 세계 최고수준의 특허정보시스템과 세계 최고의 심사인력을 보유하고, 축적된 특허심사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국가혁신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신기술의 조기 권리화와 조기 사업화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세계 최단기간인 10개월로 특허심사 대기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1억만건이 넘는 특허기술정보의 활용·확산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특허청은 이웃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국가혁신역량의 전초기지라는 인식 아래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대전특허정보 종합컨설팅센터를 개소해 지역의 중소기업, 연구기관에 특허정보 및 사업화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전시와 대덕밸리혁신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업무협정을 체결해 특허청 심사관들이 클러스터 참여기업 및 연구기관들에게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특허지원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개별 연구기관들과도 업무협력 협정을 체결해 효율적인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등에 관한 특허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지난 30여년간 연구 인프라와 역량이 축적되어 온 대덕 과학연구단지를 주축으로 생산기능과 금융 등 지원서비스를 확충해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곳은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적 이점을 누리고 있는데, 여기에 인화(人和)에 해당하는 사업성 있는 연구중심으로 산·학·연·관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면 초일류 혁신클러스터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특허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실용성 위주의 연구분위기가 진작되고, 연구결과의 평가도 특허등록·로열티 수입 등 성과위주로 운영된다면 미국의 실리콘밸리, 핀란드의 울루 과학단지 등에 못지않는 클러스터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될 때는 대수롭지 않았던 먹구름 속 천둥소리가 찌는 듯한 무더위 때문인지 문득 기다려진다. 머지않아 대덕연구개발특구 곳곳에 국화가 만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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