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정당공천과 중선거구제 도입, 유급제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사자인 지방의원들과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제 선거구 획정문제와 의원들의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일만 남겨놓고 있다. 선거구 획정은 시·도지사가 11인 이내의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설치해 오는 10월말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나 기한이 매우 촉박한 실정이다.

이번 조치는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그러나 여론의 향배와는 달리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좌지우지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뜻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급제는 지방의원들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치고 정당공천제야말로 여야 정치논리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해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전혀 뜻밖이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공직선거법이 지방정치의 중앙예속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국회에서 시위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국회가 오히려 기초의원들까지 정당공천 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통째로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초의원은 생활자치의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지역문제를 고민하는 파수꾼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특정 정당에 휘둘린다면 진정한 지역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이제 선거구획정 문제가 관심사다. 선거구만큼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정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기초의원 정수 축소와 의원 유급화로 후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게 뻔하다. 후보자 줄 세우기나 공천 장사 논란에 휩싸일 여지도 많다. 지방의원들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할 목적으로 추진된 개정 선거법은 결국 여야의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권자들의 역할은 이래서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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