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최근 고유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요 급증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고유가 지속의 근본적 요인이 석유생산량 정점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모든 유전의 생산량은 종모양의 곡선을 따른다. 즉, 개발 초기에는 생산량이 시간에 따라 증가하다가 정점에 도달한 후 생산량이 줄게 된다. 미국 및 북해산 석유의 생산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도 빠르면 2010년에 정점에 도달한다는 견해가 있다.

석유생산 정점이 지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예측하려면 1·2차 오일쇼크 때 겪은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석유가는 4배, 2차 1979년에는 2.6배 폭등했고 도매물가가 100% 인상됐다. 당시 원유 가격보다는 충분한 양의 확보가 어려워 정부에서는 모든 역량을 원유확보에 치중했다.

1·2차 쇼크는 단기간에 끝났으나 석유 생산 정점 이후의 공급부족은 지속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원하는 양보다 훨씬 모자라는 양의 석유를 비싼 값에 얻을 것으로 예상돼 국가 에너지 운영의 모든 행태가 크게 변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속적이므로 비축유 방출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과거 고유가 때마다 우리가 접했던 신재생에너지 개발 확대나 가로등 끄기 등의 일반적인 에너지 절약시책에 의한 석유사용량 절감 효과는 기대보다 낮은 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주로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나라 전기는 대부분 원자력에너지와 석탄으로부터 생산되고 석유에 의한 전기는 8%로 매우 적은 양이다. 따라서 많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전기의 절약도 기름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는 작다.

석유 공급부족 사태에 대한 근본 대책은 사용처를 분석해 석유 수입량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

석유 공급 부족에 대한 대비책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석유 사용량 절감, 둘째 타 연료교체, 셋째 타 연료의 대체 제조다. 이 방안 모두를 시행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안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7억 2000만배럴의 석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2억 5000만 배럴이 수송 분야에 사용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고연비 자동차가 효과적인 유류사용량 절감기술이다. 가장 큰 효과는 수소자동차 또는 전기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안이다. 실용화가 용이한 소형 전기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이 시급하고 전기자동차를 100만대 보급하면 연간 900만 배럴의 석유가 절감된다. 동시에 기존 자동차 연료를 석탄 및 바이오매스에서 제조하는 기술이 시급하게 실현되어야 한다. 석탄을 높은 온도에서 스팀·산소와 반응시켜 가스로 만든 후에 가스를 반응시켜서 합성석유를 만들고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전하면 1개의 공장에서 연간 2000만 배럴의 기름을 만들 수 있다.

연간 3억 8000만 배럴이 사용되는 산업분야에서는 2억 8000만 배럴이 나프타 및 공업용 용제로 사용되고 나머지 1억 배럴이 보일러 및 고온 열기구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들 기구의 효율을 5%만 높여도 연간 500만 배럴의 유류 절약이 가능하다. 나프타 분해설비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면 연간 1000만 배럴 이상의 절약이 예상된다.

연간 6000만배럴이 사용되는 가정·상업분야에서도 소형 보일러의 효율 향상 및 연료 교체가 필요하다. 또한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는 건물에너지 절약기술을 개발해 보급이 확대되면 연간 1700만 배럴의 절감 가능성이 있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들 기술 전부를 확보해서 실현시켜야 석유공급부족시 에너지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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