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공주교대교수, 대전시교육위원
교육부가 3불정책(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제)을 고수하고, 수능시험에 등급제를 도입하며, 내신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며, 수험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지역의 주요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확대하고 출제도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2008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예비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대입전형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겠다는 서울지역의 주요 대학들은 내신과 수능을 등급제로 전환함으로써 전형요소로서의 변별력을 상실했으므로 논술고사를 강화하여 변별력의 보완을 통해 우수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발상이다. 특히 국립대학이자 선도대학인 서울대는 수능을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내신 반영비율을 현행대로 하는 대신 논술고사의 비중을 크게 높여 당락의 결정적 요소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대의 이러한 방침은 모든 대학들의 입학전형 방향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특히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실시는 변형된 본고사가 될 공산이 커 교육부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들의 학업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더 늘게 되었으며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더욱 늘어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수험생들은 내신은 내신대로 관리해야 하고 수능은 수능대로 준비해야 하며 논술에는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이 세 가지 대입전형 요소를 대비하자면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은 뻔하고 특히 생소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때문에 불안한 수험생들은 족집게 과외나 논술전문학원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2008학년도 대학입학을 대비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예비수험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 또한 걱정스럽다. 왜 우리는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할 수 없을까. 그것은 대학들이 부풀려진 내신성적과 변별력을 잃은 수능시험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노력을 탓할 이유가 없다.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을 높여주든지 아니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대학들의 자구노력을 허용하든지 양단간의 결정이 필요하지 않은가. 변별력 없는 전형방법으로는 선발의 의미가 전혀 없다.
새로운 대입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혼란과 걱정만 야기시킨다면 이는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부가 행여 꿩도 놓치고 닭도 놓칠까 두렵다.
교육부는 대학의 입장에 서서 더 고민해야 하며 대학은 우수학생을 선발하는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수한 학생으로 길러낼까를 더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