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수 충남대 총장

대학이 개방과 혁신을 통해 날로 새로움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하는 말들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력인구의 감소와 무분별한 대학 설립 등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으로 인해 대학의 구조적 변화는 이제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됐고, 교육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대학의 설립이나 분교의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대학의 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적자원의 수요를 맞추기보다는 고등교육의 교육 기회 확대라는 명목으로 국민적 수요에만 편의적으로 부응, 양적 팽창에만 힘써 왔기 때문에 오늘날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대사회는 무한경쟁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로 변화와 변혁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와 좌절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대학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복잡한 현대사회 구조 속에서 대학과 지역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련성을 맺고 있다. 두뇌한국21(BK21) 사업이나 누리사업(NURI)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은 지역의 산·연·관·군·민과 하나로 뭉칠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학의 연구역량과 인력, 지식, 기술이 구체적으로 꽃을 피우는 곳은 바로 지역사회이고, 지역사회는 대학으로부터 발전의 동력을 얻어 상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은 지역 사회를 위해 더욱 봉사하고, 지역 밀착형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 그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학은 지역사회 지식의 원천이자 두뇌 역할을 해야 한다. 학문의 최고 과정을 마친 교수들이 수백명씩 모여 있는 곳이 대학이다. 즉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각 전문 분야 교수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조언하고 견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의 경우에 대덕연구단지의 성과물들을 사업화하고 더욱 진전된 기술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대학과 연계함으로써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기술적인 지원은 물론 마케팅, 회계, 경영, 홍보, 인력 및 조직관리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적 자원이 대학에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도 지역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제공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인 인력 수급의 원천이다. 과거의 대학이 엘리트를 양성하는 최고 교육기관이었다면 현대사회의 대학은 보편적 대중 교육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 맞는 전문 직업인 양성기관으로의 책무도 담당해야 한다.

또 지역민의 재교육과 평생교육도 대학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다. 4년 또는 2년의 제한된 교육기간에서 벗어나 대학입시를 거치지 않아도 평생교육, 문화교육, 시간제 교육 등을 통해 지역민들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학은 지역민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 구성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최근 충남대학교가 법학전문대학원 추진사업단 출범식을 갖고 유치를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고등법원과 특허법원이 있는 지역의 대학에서 법조인을 양성하지 못한다면 결국 대학은 물론 우리 지역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대학은 이제 더 이상 대학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한 몸이 돼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돼야만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 수 있게 됐다. 그러기 위해 우선 지역 대학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따뜻한 격려는 대학의 올바른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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