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속 뉴욕… 신기루 보는듯

▲ 중국 센젠 시가지 전경.
'중국에 이런 도시도 있었나'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중국 남쪽 홍콩 근처 2000㎢의 면적에 7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최근 20여년 동안에 중국이 야심만만하게 건설한 손때 안 묻은 새 도시이다.

끝없이 쭉쭉뻗은 바둑판 격자형의 신시가지 도로 옆에 우람한 초현대식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회주의 중국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같다.

이러한 엄청난 볼륨의 도시가 단기간 내 탄생된 배경을 들여다 보자.

1992년의 어느 날 등소평이 돌연 센젠에 나타나 "인민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것은 옳은 일이다"라고 한 마디 했다. 등소평의 이 지침에 의거해서 중국은 성장제일주의 노선에 속도를 더내게 되고 닫혔던 문을 외국에 활짝 열게 된다.

심천(深川)이라고도 불리는 센젠은,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그후 중국의 대외무역의 중심도시가 된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개혁과 개방이 실시된 도시이다. 유럽과 일본 등 60여개 국의 외국자본을 과감히 도입해서 초현대식 건물들을 즐비하게 지어 놓았기에 여기가 뉴욕이 아닌가 할 정도다. 중국이 자랑할 만도 하긴 하다.

물론 중국도시가 대개 그러하듯이 센젠도 진·수나라 시대의 고묘가 있고 당·송대의 유적이 일부 담겨져 있으나, 서양도시계획 교과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 만들어져 중국 고유의 멋을 찾아볼 수 없는 흠은 감출 수 없다.

외국의 도시들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재원염출은 특이하게도 '도시미화건설세'를 별도로 징수해 녹지공원의 확보등 도시미관에 힘을 쏟는다.

전력, 용수, 교통, 통신이라든지 수출전망이 밝은 공산품에 대해는 외국인 투자 장려책을 가지고 있어 도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관광자원이 많은 도시는 아니나, 중국의 유명 관광명소를 15:1로 축소해 모아놓은 '금수중화'와 늘 공연이 있는 '세계의 창', 중국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민속문화촌' 등은 가볼 만한 곳이다. 몽골족의 기마쑈는 제법 호쾌하다.

최근 전철이 개통돼 가고 싶은 곳과 빠르게 연결시켜 준다. 중국 전체 통틀어 센젠 물가가 제일 비싸다고 소문이 나 있지만, 음식은 싸고 풍부해 좋다. 여행재미는 먹는 재미가 반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별걸 다 먹는 그네들의 식욕을 고려해 무슨 재료의 음식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중국인의 혈관에는 피가 아닌 돈이 흐르고 있다는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도시들을 볼 때마다 배가 살살 아파진다. 중국경제는 센젠의 발전처럼 거대한 내수시장, 높은 저축률, 양질의 노동력, 실용주의적 전통, 후발자 이점 등의 강점으로 해서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짐승의 털을 묶어 그 탄력을 가지고 무궁무진한 변화를 연출하는 '붓'처럼, 중국인들의 깊이와 넓이는 좀체로 헤아리기가 어렵다. 이웃의 우리로서는 큰집 중국의 그 움직임과 변화를 늘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 상 혁 (공학박사/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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