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경남 진해와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있는 국립종축장(목장) 내에 별장을 갖고 있었다. 그 후 성환의 별장은 폐쇄했는데 지난주 그곳에서 6·25 때 인민군들이 남기고 간 서류들이 발견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경남 진해 별장은 박정희 대통령 때까지도 사용돼 왔으나 대청댐 청남대가 세워지면서 문을 닫았다.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보안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청남대도 대통령 별장으로서의 문을 닫고 충북도에 이양한 상태다. 며칠 전에는 대한체육회 김정길 회장(전 행자부 장관)이 청남대를 방문했는데 과잉접대를 하여 주민들의 불평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불평이 높은 데는 청남대가 주민들이 기대했던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실망이 한 몫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으로 있을 때는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다 2003년 4월 22일 청남대가 충북도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지고 일반에게 공개되자 관람객의 관심이 높아 지금까지 약 186만명이 다녀갈 정도다. 하루 평균 3300명이 관람을 한 셈이다. 그러니 청남대가 있는 문의면 국도에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관광버스가 항상 붐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관람객을 태운 버스들은 야속하게도 매연만 남길 뿐 그대로 휙휙 스쳐가고 마는 것 아닌가.

청남대가 개방되면 관람객이 몰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갖게 될 것이라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그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게 되고 말았다.

그 실망을 이기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는 주민도 점차 늘어 청남대 건립 당시 1만 3000명이던 문의면 인구가 지금은 54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실망은 주민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충북도 역시 이 큰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생각지 못했던 돈이 지출되는 것. 이곳에 근무할 공무원도 늘려야 하고 관리비도 고스란히 지방자치의 몫이다.

사실 필자는 청남대를 충북도에 넘길 때 긴 안목으로 보아 청남대를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가지고 있는 게 국익을 위해 좋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고 국가원수는 대부분 별장을 갖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다 번거러운 관저를 떠나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국정을 구상하고 때로는 외국 귀빈을 초청해 토론을 나누면 국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을 공약으로까지 내세워 충북도에 이양했다.

별장이 없는 대통령은 휴가 때 유성의 군휴양 시설에서 묵었다 상경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육군본부 내에다 대통령의 별장을 짓는다든지 아니라든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쯤은 청남대를 돌려준 것에 후회를 할는지 모른다. 특히 앞으로 공주·연기에 행정중심도시가 건설되면 더욱 요긴하게 쓰일 청남대가 아닌가.

사실 중요한 것은 지역이 청남대가 있어서라기보다 금강 상수도 보전지역이기 때문에 관광개발이 엄격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온만 올라가면 대청댐의 녹조현상이 나타나 충남·북 도민들의 식수원 오염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곳 5000여 주민들의 생활이 제약을 받지 않고 상수원 오염도 안심할 수 있는 청청관광단지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 백안관은 일정 부분 관광객에게 공개되고 있는 만큼 우리 청남대도 대통령의 휴식처로 다시 사용하면서 평상시에는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 주민, 지방자치단체, 관람객, 상수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대안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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