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적 논의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어제 열린 한·미 외무장관회담, 오늘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내일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미·러 정상회담, 이어 27일 한·중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 이런 다자적 협의가 어떤 귀결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북핵 문제를 국제 공조의 틀에서 풀어가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남북장관회담에서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공동합의가 힘겹게 도출됐다. 이를 둘러싸고 북한에게 할 말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정리하기에는 사안이 중대하고 복합적 의미를 갖고 있다. 북한은 선(先) 적대행위 철회, 후(後) 대화로 해결하자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무조건 핵포기를 주장하면서도, 대북관계의 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갈등이 증폭되고 위기감이 급증할수록 대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다자적 회합에 임하기 전에 해결을 위한 원칙을 정해 둬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기 어려우면 차라리 상황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도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독자적 목소리를 국제 공조체제에 반영시킬 수 있다.

청와대회동에서 나타났듯이 대선 후보자간의 해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 사이에도 '강경, 신중, 정경분리' 등을 주장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평화적 해결을 우선시하되, 차제에 일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 것 같다. 때맞춰 미국도 관련국들과 협의를 거쳐 제네바합의의 파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정황을 짚어보면 아직까지는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와 조정이 가능한 시점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로 우리 사회가 양분되는 모습이 펼쳐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APEC정상회담 참석차 어제 출국한 김대중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해 핵 개발 계획의 폐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포기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어떤 대응책으로 맞설 것인지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 방향의 원칙이 정해지면 당연히 구체적·단계적 대응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이 핵협상을 통해서 당근만을 챙기려든다면 북핵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종국적으론 한반도 전체에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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