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무분별하게 폭력을 일삼는 도덕불감증의 만연에서 비롯된 일이라고는 하나 허술한 병원 응급실 안전 실태 또한 이번에도 어김없이 확인됐다. 이 병원은 지난달 8일에도 20대 폭력배 4명이 진료를 늦게 해 준다는 이유로 병원 집기를 집어던지고 안전요원을 폭행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충분한 자체 경비요원과 장비 확보 등 응급실 안전 부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비단 이 병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아울러 허술한 우리의 치안력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26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각종 폭력사태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구형도 엄하게 하는 등 엄중 대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응급실 안전 개선에 차도(差度)가 없다는 것은 치안체계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날로 지능화·흉포화되고 있는 범죄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화와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정작 시민 피부에 와 닿는 민생치안은 뒷전으로 밀어 두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병원측 또한 운영상의 애로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응급실은 병원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응급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이들의 '안전'도 담보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치료가 지체된다거나 환자에게 또 다른 불상사가 발생하는 결과가 빚어진다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병원에서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폭력사태에 대비해 인원과 시설 장비를 보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