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그제 또다시 난동사태가 벌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다리 등을 다친 환자 등 3∼4명과 10여명 두 패가 흉기까지 들고 30여분간이나 대치했다는 보도다. 다행스럽게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강제 해산하기까지 환자와 의사, 간호사 등 30여명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하마터면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끔찍한 난투극이 발생할 뻔했다는 사실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공공장소에서 무분별하게 폭력을 일삼는 도덕불감증의 만연에서 비롯된 일이라고는 하나 허술한 병원 응급실 안전 실태 또한 이번에도 어김없이 확인됐다. 이 병원은 지난달 8일에도 20대 폭력배 4명이 진료를 늦게 해 준다는 이유로 병원 집기를 집어던지고 안전요원을 폭행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충분한 자체 경비요원과 장비 확보 등 응급실 안전 부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비단 이 병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아울러 허술한 우리의 치안력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26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각종 폭력사태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구형도 엄하게 하는 등 엄중 대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응급실 안전 개선에 차도(差度)가 없다는 것은 치안체계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날로 지능화·흉포화되고 있는 범죄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화와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정작 시민 피부에 와 닿는 민생치안은 뒷전으로 밀어 두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병원측 또한 운영상의 애로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응급실은 병원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응급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이들의 '안전'도 담보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치료가 지체된다거나 환자에게 또 다른 불상사가 발생하는 결과가 빚어진다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병원에서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폭력사태에 대비해 인원과 시설 장비를 보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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