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은하계 서쪽 소용돌이 끝, 아무도 관심 없는 후미진 구석에 별 볼일 없는 조그만 황색 태양이 있다. 그 태양을 약 9200만마일쯤 떨어져서 돌고 있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조그만 녹색 행성이 있는데, 거기에 원숭이에서 진화한 생명체 한 종류가 살고 있다. 그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원시적이어서 아직도 디지털 손목시계가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여기고 있다.' 애덤스가 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한 구절인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눈부신 과학의 발달에 고취되어 있는 인간들의 허를 찌르는 글귀다.

인류의 역사에 관심을 갖거나 여행을 떠나보면 얼마나 작은 틀 안에서 그것이 정답인 양 살고 있는지 금방 깨닫게 된다. 얼마 전 ICAM 컨퍼런스(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가 주관하는 연례 학회) 참석을 위해 스코틀랜드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필자의 무릎이 말썽을 부려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1950년 교환교사 자격으로 영국에서 1년간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머물렀던 추억을 되살리고 경영분야 최고 지식인들의 연설로 충분히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

AACSB 의장 겸 CEO인 토마스 로빈슨 박사는 국부론을 쓴 아담스미스의 말을 인용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에 요구되는 도덕성'을 강조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맞이하여 기업의 이윤을 높일까, 전전긍긍하는 이때 한 발 더 나아가 윤리적 기준이 모호함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연설은 필자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런던 경영대학의 린다 그랜턴 교수는 새로운 시기의 교육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고 일하고 은퇴하는 인생의 세 단계를 거치는 우리의 삶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며 빅데이터 활용기술의 발달로 산업현장은 인재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요구할 것이고 향후 여러 세대가 지속적으로 교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나이의 중요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소수의 지식인이 지식과 통찰을 소유할 것이 아니라 대중과 공유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두 교수의 연설이 필자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교육의 방향이 조금은 수정돼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것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 모든 것이 불확실해질 수 있는 시기에 도덕적 의식을 어떻게 갖춰야 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발달하는 기술들을 여러 세대가 함께 연대하며 교류하고 내가 소유한 지식을 대중과 공유해야 하는 법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교육되어야 한다는 점을 각성할 수 있었다.

일상을 살다보면 주변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기 때문에 주변의 생활과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거나 지성인의 고찰을 듣거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세계와 교류를 한 후에야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근거 없이 받아들였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전부라고 여기고 옳다고만 생각해왔던 의식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숲 안에 있으면 나무만 보인다. 다만 우리를 규정짓고 통제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무만이 아닌 숲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열린 마음과 의식만 있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과 만남, 독서는 늘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 5월처럼 푸른 청춘들에게 말하고 싶다. 쓰든 달든 버릴 경험이 없으니 모험을 즐기라. 당장 여행을 떠나기 어려우면 책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고 느끼고 배우라. 그리하여 자신의 주변에 서있는 나무만 보지 말고 되도록 빨리 거기에서 나와 숲의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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