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있었던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포스팅 상당 부분은 개인적인 신상노출에 할애되어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 오늘 일정은 이렇다, 무엇을 먹었다 등등 공감대 형성이 본질적으로 넓지 않은 내용이어서 지인이 올린 글과 사진이라 해도 읽고 나면 허망할 때가 적지 않다. 이런저런 개인적 사연을 통해 이해가 깊어지고 소통이 촉진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이런 사생활 노출의 비중은 나날이 늘어가고 이런 신상메모와 가십이 결국 SNS의 부정적인 역기능을 가져온다면 보다 넓은 차원의 사회적 공감대와 여론 형성, 환기는 순기능의 측면이 있다.

크고 작은 사회문제와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견해를 피력하는 동안 읽는 사람들의 판단과 대안 도출을 유도하는 역할이 그래서 소중하다. 엊그제 언론계에 종사하는 페친의 글에 격하게 공감했다. "지금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라는 말투의 모순과 부당함 그리고 이런 화법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어법은 주어와 서술어 사이의 호응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ㄹ 게요'는 자신의 의향을 나타내는 1인칭 주어에 대응하는 술어인데 여기서는 2인칭 주어와 맞물리는 비문의 전형으로 이미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음을 우려한다. 문법과 논리에서 벗어나는 문장은 듣기에 거북할 뿐더러 이제 말과 글을 익히는 어린이들이 따라 배울까 우려된다. 더구나 2인칭에 사용되는 만큼 존칭표현을 덧붙여 "아무개님, 1번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그냥 들어 넘기는 혼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병·의원을 비롯해 각종 서비스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이런 불편하고 그릇된 어법은 고객은 왕이라는 표피적인 서비스 정신의 부산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문구는 그 또한 압권이다. 고객에게 써야할 존칭이 주문한 상품으로 옮겨간 괴상한 어법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또 그래야 존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 가는 듯하다.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할까. 한번 길들여진 언어 습관을 고치기는 어려우니 최초의 언어학습 공간인 가정에서의 말 익히기가 그래서 더없이 중요해 보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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