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내년 7월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청주시와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도시관리 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을 못한 부지에 대해 공원 용도에서 자동으로 해제하는 제도'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상 사유지를 공원, 학교, 도로 등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해 놓고 아무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로 볼 수 있다'며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그에 따라 2000년 제정된 '국토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부칙에는 '20년간 원래 목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은 2020년 7월 1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20년이 지난 현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사유지 매입 및 보상 등에 대해 대책 없이 일관하다 '도시공원 민간특례개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청주시는 '청주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민관 거버넌스'를 결성해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 했다. 전문가·시민·공무원 등 24명이 참여한 거버넌스는 18차례의 회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행을 맞이했다. 청주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해 민간특례개발을 적용해 30%는 개발하고(아파트를 짓고), 70%는 어린이 놀이시설 및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을 받는 것이 도시공원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 최상의 조건'이라고 발표했다. 시민위원들은 '청주시가 민·관 거버넌스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 파행으로 이끌었다'며 시장의 사과와 담당자의 문책을 요구했다. 또 시민들은 100% 보전을 주장한다.

그간 청주와 충북은 거버넌스를 통해 여러 갈등을 해결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장대 온천 개발 반대 대책위'이다. 신월천 최상류에 문장대 온천지구를 지정해 대규모 온천 개발을 하려는 것을 민·관거버넌스를 조직해 지구 지정을 해제하게 했다. 환승역으로의 오송역 유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유치, 직지 찾기 운동, 청주·청원 통합 등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특히 대표적인 민·관거버넌스 기구인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나 녹색청주협의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민·관거버넌스가 18차례의 회의를 하고도 파행을 맞이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이렇게 첨예한 문제를 단시간 합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기는 너무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청주시는 오래전부터 30%개발과 70%공원이라는 민·관특례개발을 놓고 한번도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 개발면적을 줄이려는 노력이나, 공유지를 보전하고 민간용지에 대해서만 개발을 허용하는 방법, 그리고 완충지를 매입해 공원 개발을 막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번 거버넌스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이제 1년 1개월의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중지를 모아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대안을 꺼내놓고 서로를 믿으면 시민 중심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청주도 살고 청주시민도 사는 길이다. 모든 일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푸는 방식은 거버넌스 즉 협치의 방식이어야 한다. 거버넌스(협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