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가족들에게 되풀이한다.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고통받는 이유가 집안과 또는 부모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최광현의 ‘가족의 발견’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그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가에 따라 평생의 삶이 좌우되기도 한다. 가족관계가 어떤 틀이었는가에 따라 이후의 수많은 인간관계가 그와 비슷한 틀로 만들어진다.

가족에게 소속되지 못하고 거부당한 경험을 반복한 사람은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또 스스로 무가치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이런 심리가 자기 안에 내재되면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보아 온 수많은 폭력이 가족 내에서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음을 절감한다.

어찌보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 그렇다고 버릴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게 바로 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간의 상처는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때 해결책이 보이기도 한다. 나와 가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내 안의 상처도 다독이고 가족의 상처도 아물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가족은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과 크게 달라졌다. 1인 가구와 다문화 가족, 한부모가족, 이혼·재혼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이들 둘러싼 환경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의 가족 정책도 가족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정책과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올해 5월 가정의 달 슬로건도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고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여 성별, 세대 간 소통강화와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세상 모든 가족 함께’이다.

시에서도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가족의 특성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 가족관계와 가족생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가정, 사회가 함께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가족의 기본은 바로 가족을 구성하는 개개인이다. 개개인의 구성원이 건강하고 그 속에서의 관계가 평등해야 건강한 가족, 나아가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의 형태에 따른 차별적 인식의 개선뿐 아니라 가족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 차별적인 모습과 갈등 또한 우리가 짚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5월을 맞이하여 시 특화사업으로 가족 내의 차별적인 모습을 통해 가족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고 가족 내 성평등 인식 개선을 위한 마중물로 가족소통창작극 '소통하는 家'를 시작한다. 가족 간에 있을 법한 사례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우리 가족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비춰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가족 내 양성평등의 가치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연극은 5월과 7월, 9월에 걸쳐 대전평송청소년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총 3회기를 실시하며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 부스도 운영한다. 1년 중 하루만이라도 내 안에 혹은 내 가족 안에 잠재된 경험을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다독이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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