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대전둔원고등학교 교장

얼마 전 지역 언론에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의 성적이 좌지우지 된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교육을 통해 계층상승을 하고 출세하는 것이 부모의 재력이나 능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학교는 여전히 학생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대다수의 아이들은 교칙을 지키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치열한 현실사회를 살아가는데 단순히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중간고사를 치르는 요즘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은 지쳐있다. 성적과 내신등급이라는 괴물과 싸우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은 지금 전쟁터다. 현재의 학교시설과 환경도 4차 산업시대의 디지털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요즘 왈가왈부하는 교육의 문제는 현장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이 첨단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 환경, 습관, 주변인물, 기회, 우연, 본인의 깨달음 등 여러 가지 여건에 의해 결정된다. 공교육의 한계가 있지만 사교육을 능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으로 충분히 수월성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선수학습, 문제풀이 등 소위 사교육의 질은 답을 찾는 기술, 성적을 올리는 면에서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결국은 난이도의 문제일 뿐이다. 시험은 학교의 평가에 의해서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학생개인의 문제해결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일전에 그 해결방법은 메타학습이라는 말도 한 바 있다. 명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교훈 중에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며 지식을 나누고 남을 배려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까지는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이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는 출발선이 같다. 사회에서는 개인능력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가 요구되는데 사교육의 수동성으로 인해 본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출발선에 선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사교육은 빠르고 느림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사교육과 대비되는 공교육의 과제는 다름 아닌 현재의 시스템이 완벽한가? 거기에 인적, 물적, 자원이나 환경은 안정적인가, 학교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는가하는 신뢰도의 문제이다. 5월을 대하는 학교교육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외롭다. 누가, 무엇이 학교를 어루만져주고 선생님들의 사기를 높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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