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에 시달린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2014년 2만여명이던 외국인 건설 노동자가 2017년에는 5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가 단순노무에 한해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고 일정기간 후 귀국시키는 것과 달리 일본은 내국인 일자리와 조화를 이루게 한 점이 두드러진다.

국내 건설현장은 기능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유입 부족이 근본 원인이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처벌 일변도로 외국인 불법 취업만 단속하다 보니 현장의 인력부족은 매년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데다 귀하게 자란 젊은층은 3D업종으로 꼽히는 건설현장을 기피한다. 국내 현장근로자 중 40대 이상 비중은 2000년 58.8%에서 2017년 83.5%로 급등해 고령화와 인력수급 불균형이 고착화됐다. 이상적인 해결방안은 많은 청년층이 건설기능인의 길을 택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지만 건설현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돌아가고, 당장 공기에 쫓기는데 이상론만 펼치기엔 곤란하다.

위험성이 동반된 고소작업 등을 수행해야 하는 골조작업은 내국인 근로자의 기피현상이 심하다. 노동 강도가 센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로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건설현장은 국내 인력으로 채우되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은 합법적인 외국 인력을 활용하면서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유입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외국 인력의 불법 체류·취업 단속과 함께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동포 쿼터 확대, 외국인 인력 고용정책의 합리적 개선이 시급하다.

문제는 불법체류·취업현장이 적발된 건설업체는 2~3년간 전체 공사현장에 대해 ‘외국인 고용제한’ 처분을 받는데 있다. 배치 기준은 현장 단위인데 처벌 기준은 업체 단위로 돼 있다. 또 방문취업동포의 건설업 취업인정 쿼터 확대도 절실하다. 단순업무에만 취업할 수 있는 방문취업종사자가 국가공인 자격증 취득 시 전문기능 인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재외동포 비자를 허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최저가로 수주한 상황에서 인건비가 싼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없이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또한 불법체류자 증가, 비숙련공 시공과 품질 저하, 안전사고도 문제다.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내 인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작업환경과 임금수준, 직업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조건이 밑바탕이 되는 공사비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는 아직도 건설현장 일자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일자리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불법인력을 관리 가능한 합법적 인력으로 대체하고 내국인력 양성, 청년층 유입을 유도하면서 내외국 인력이 공존할 수 있는 건설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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