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소모품이 많은 스포츠다.

야구공과 배트는 야구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장비지만, 실밥이 풀리고 해진 야구공은 다시 쓸 수 없다.

경기당 평균 100~110개 정도 새 야구공이 사용되는데 경기 후 이 공들은 연습용으로 쓰이다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부러진 방망이 역시 그렇다.

한 자루당 15만~25만원가량 하는 단풍나무 재질의 고급 배트는 살짝 금이라도 가면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진다.

쓸모없어진 야구용품이 다시 태어나 지역 위기의 가정 밖 청소년(가출 중·고생 등)에게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한화이글스 오창석 사회공헌 담당 과장은 생을 다한 배트와 야구공에 숨을 불어넣는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한화의 색다른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시도로 탄생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폐기물을 본래 가치보다 높게 재활용한다는 의미다.

오 과장은 야구단의 특성에 맞게 쓸모가 없어진 야구용품을 다시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글러브, 유니폼 등도 있지만 나무 재질인 배트가 무언가를 만들 때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러진 배트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중 청소년 쉼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청소년 쉼터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도움을 받아 부러진 배트를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성공회 대전 나눔의 집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 6곳과 손을 잡고 부러진 배트로 샤프, 연필통, 시계, 명함꽂이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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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진 배트로 만든 샤프. 사진=정민혜 기자
한화 임직원들도 매월 1차례 상품 제작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플리마켓을 통해 판매돼 지난해 1000여만원의 수익을 거뒀고, 수익금 전액 성공회 쉼터에 기부됐다.

오 과장은 "야구단의 특성을 살려 선수들이 쓰는 물건 중에 재활용 가능한 물건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부러진 배트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보다 나은 사회공헌 방법을 찾으려는 연구와 노력이 야구 특성을 살리면서 나눔으로 이어진 성공적 결과를 낳았다.

오는 18일에는 플리마켓을 통해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시즌 2'로 야구공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부러진 배트는 수량에 한계가 있었다. 홈경기 72게임에서 부러지는 배트는 많으면 150자루다. 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배트의 단점을 보완한 게 바로 야구공이다.

야구공은 일단 경기당 100개 이상 쓰이기 때문에 헌 야구공도 많이 생긴다.

오 과장은 "현재 운영팀과 협의해서 1500여 개의 야구공을 확보해 둔 상태로 경기 중 사용했던 공들의 가죽으로 작업한다"며 "열쇠고리와 파우치 등을 만들 예정으로 야구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용품을 고민해 '시즌 3'도 내놓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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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 야구공으로 만든 열쇠고리. 사진=정민혜 기자
오 과장은 청소년 자립과 성장을 돕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플리마켓 이후 포털사이트를 통해 신규 펀딩도 계획하고 있다.

청소년 쉼터는 비영리 기관인 사회복지시설이다 보니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은 위기의 가정 밖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협동조합은 한화의 기부금 지원이 없더라도 지원 물품만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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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진 배트를 활용해 샤프를 만들고 있는 한화이글스 오창석 사회공헌 담당 과장. 사진=정민혜 기자
한화에서도 협동조합의 설립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고, 설립의 주체는 청소년 쉼터가 될 전망이다.

오 과장은 "더 나아가서 사회적 기업까지도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쉼터 청소년들이 직접 판매하고 취직까지 할 수 있는 연계 순환 프로젝트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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