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효문화신문 명예기자(시인·평론가)

팔십 고개를 넘기고도 포크레인을 운전하고, 경운기를 운전하면서 가정을 꾸리는 노년이 있습니다. 아들·딸을 훌륭히 키워 대처로 내보내고 팔순에 가까워지는 병든 아내를 수발하고 있습니다. 조석을 챙겨주면서 가업을 이어 생계를 유지합니다. 팔순이 넘었지만, 건강은 육십 대 후반입니다.

모든 시간을 부인을 위해 쪼개 씁니다. 농번기에는 아내를 밭둑에 앉히고 일을 합니다. 식사 시간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식사를 챙깁니다. 아내의 눈시울이 촉촉해집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열 자식 부럽지 않은 남편의 헌신적인 봉사에 아내는 남편을 대할 때마다 '어서 죽어야지'를 되뇝니다. 어디 죽는 것이 맘먹는 대로 되는 것인가요? 아내의 소망은 하루빨리 저세상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남편의 얘기가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또 한 가정은 부인이 남편을 수발합니다. 자식들한테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이제 와서 부부밖에 없다는 걸 실감합니다. 병석에 누운 남편을 수발하기도 이제 지쳤습니다. 그래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숙명으로,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식사도 떠 넣어주어야 합니다. 간신히 앉아 밥을 받아먹는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한 손엔 손수건이 들렸습니다. 코를 닦고 얼굴의 땀을 닦습니다. 남편의 눈시울이 젖어옵니다. 촉촉해집니다. 젊은 시절 잘못했던 일만 생각납니다. 하루 한날 아내의 마음을 도닥거려준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아내의 짐이 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들의 눈물은 감동입니다. 참고 참다 흘리는 눈물이 격정이며 순수입니다. 그 눈물 속엔 오염 물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수정같이 맑습니다. 속으로 삭이고 삭이다가 흘리는 눈물, 참고 참다가 흘리는 눈물은 순수 그 자체입니다. 그런 눈물을 보면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는 내 동공에도 약간의 물이 고이는 것을 느낍니다.

진실한 눈물, 인내의 눈물, 절제의 눈물을 나는 사랑합니다. 그런 눈물은 아름답고, 빛이 납니다. 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가슴에서 배어 나오는 아주 절제된 진실의 눈물, 그런 아름다운 눈물을 나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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